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나만 같은 곳에 서있다고 느끼는가
처음 가보는 길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느릴 수밖에 없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나는 식당과 가까운 역에 내려 지도앱을 켠다. 여기서 알려주는 방향과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본다. 하지만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동네이고, 낯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평소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식당을 찾아간다. 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골목 안에서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일찍 꺾어 들어가서 길을 잃고 다시 나와서 길을 찾아갔다.
결국, 길을 몇 번 잃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목적지를 확인하며 식당에 도착한다. 지도앱에서는 걸어서 10분이 걸리는 곳이었지만 나는 중간에 길을 잃어 20분이 걸렸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하여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길을 잃고 헤매고 고생했던 건 다 잊혀졌다.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마치 나의 동네인 것처럼 마음이 편하고 걸음도 빨라진다. 올 때는 길도 잃고, 조심스럽게 걸으며 지도를 확인하기에 바빴지만 한번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는 길을 편안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여유롭게 왔던 길만 걸어가면 된다. 처음만 잘 넘어가면 모든 익숙해지는 법이다. 어떠한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몇 년이상 해오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도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처음이라는 길을 항상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도전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길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느리고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가만히 그냥 회사에 남았더라면 내 친구, 옛 동료들처럼 경력이나 쌓고 나쁘지 않은 연봉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생활할 텐데...
지금의 나는 나의 친구들에 비해 너무 시작 단계이지 않는가.
내가 연구소를 그만두고 요리 학교에 입학해서 과제와 시험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을 때, 친구들은 하나둘씩 승진 소식을 전하거나 결혼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완전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 일로 돈을 벌고 생활비를 내고 저금까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몇 년은 있어야 할 텐데...
이와 더불어, 손재주 하나 없던 내가 전공과는 완전 다른 요리를 한다고 하니, 가족들의 걱정 섞인 잔소리도 나의 선택에 확신을 의심하게 했다.
이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계속 회사에 남아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승진도 했다면,
과연 그 현실에 만족했을까???
아니면
몇 년 전 퇴사 고민을 할 때, 용기 내어 다른 일을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그 일을 하며 자리 잡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그때의 선택에 후회를 하고 있진 않을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뒤처짐의 시작이 절대 아니다.
나는 3개의 직업에 도전하며 오히려 이는 뒤처짐의 반대라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뒤처지고 있는 사람일까,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나의 목적지를 찾아가며 조금씩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같은 속도로 꾸준히 걷고 있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갈 때마다 출발지에서 멀어지는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일까.
지금 변화를 준비하고 있고 두려움이 앞선다면 1살이라도 더 어릴 때, 나의 머리가 덜 굳어 있을 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뒤돌아보고, 머뭇거리며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닌 확신에 찬 빠른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