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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May 23. 2022

24. 리더와 골프(Ⅱ)

  ■ 리더는 골프를 잘 쳐야 하는가


  수천 년 전에는 흉년이 들거나 역병 혹은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대부분 하늘의 뜻이라며 이해되지 않는 모든 사건은 하늘이나 신에게 이를 전가하거나 의지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근 수십 년간 경영이나 조직운영의 성과와 실패에 대해서 모든 것을 리더십으로 설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한 리더의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리더십이 만병통치약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조직 수준에서 한 조직의 극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성과에 대해 잘됐건 잘못됐건 리더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을 '리더십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 of leadership'이라고 한다. 리더십 귀인이론은 리더의 특성이 부하에게 어떻게 지각되는지가 리더십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네이버 지식백과 2022.4.30.) 리더십 덕분에 성과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리더십 덕택으로 귀인 한다는 것이다. 즉 리더십은 리더의 실제 행동이라기보다는 성과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귀인, 즉 부하의 지각인 것이다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은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귀인에는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이 있는데, 전자는 성격, 태도, 기분 등 사람의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고, 후자는 환경적인 요인, 즉 운이라든가 돈, 날씨 등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을 말한다. 내가 실패를 하면 운이 없었기(외적 귀인) 때문이고 타인이 실패하면 원래 실력이 없는 사람이기(내적 귀인)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성공하면 능력이 뛰어나기(내적 귀인) 때문이고 타인이 성공하면 운이 좋아서(외적 귀인)라고 외부로 그 원인을 돌린다.(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마음의 법칙, 포레스트북스 2022, p.28.) 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그 사람 탓 이것이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 사고이다. 

에콜리안 제천CC는 본인의 골프백을 수동카트에 싫고 혼자서 이동하며서 공을 치기에 '내로남불'의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2022.5.21) 

  가끔 본인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한 골퍼가 있다. 타인의 룰 위반은 눈뜨고 못 보지만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골프에도 ‘내로남불’이 있다. ‘동반자가 안 볼 거 같으니까’,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신경 안 쓸 거니까’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니까’라는 이유가 크다. 그들은 볼을 좋은 라이에 옮긴다. 벙커 안에서 은근슬쩍 볼을 뒤쪽으로 이동시킨다. 그린에서 마크를 볼보다 앞쪽에 한다. 룰은 책에 있지 않다. 내 마음 속에 있다. 이를 지키려는,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있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치지, 이런 거까지 지켜야 돼’라고 말하는 골퍼에게 룰은 그저 글자에 불과하다.(중앙선데이 '강찬욱의 진심골프' 2022.2.5.)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문화와 환경에서는 리더는 뭐든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쓸 때 주로 장점 중심으로 보고 쓰지만 단점이 몇 가지 있으면 이것이 중요한 자리에 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C레벨 리더와 같이 임원이라는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사적인 시간이 줄어들고 조직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므로 자신이 스마트하고, 인간적이고, 언변에 능하며, 적극적이며, 성실히 일하고, 작업 스타일이 일관성이 있다는 인식을 부하직원, 동료, 그리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심어주어야 효과적인 리더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수영경기장에 가면 ‘박태환’이 잘생겼고 리더십이 있어 보이고, 빙상경기장에 가면 ‘김연아’가 멋있고 리더십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C레벨 리더도 골프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제대로 쳐야 리더십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저 사람이 제발 우리 조에 편성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는 말이 골프장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실제 업무에 있어서도 인간관계나 리더십 구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골프를 잘 치지 못하면 혼자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운동이 끝이 난다. 어느 정도 따라갈 정도는 쳐야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동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가 있는 것이다. 

 

  ■ 권력과 골프에서 리더십


  리더십과 권력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개념이지만 집단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권력이 필요하다. 권력power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원치 않은 행동을 강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 말에 따르게 하는 능력이 권력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나에게  의존하게 되도록 만드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namu.wiki/w/권력 2022.4.30.

  의존성dependency을 높이는 데는 물질을 제공하는 보상reward 능력, 무력이나 징계 등 강제성coercion, 계급 등 합법적 지위를 통한 정당성legitimate, 필요한 핵심 정보information의 유무, 면허·자격·기술 등 특정분야 전문성expert이 있다.


  이 중에서 골프를 칠 때 특히 필요한 것은 ‘전문성’으로 구체적으로 골프를 잘 치는 기술과 이와 관련된 규칙의 숙지 정도이다. 보상, 강제성, 정당성, 정보와 같은 다른 요소는 사실 골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C레벨 리더는 골프장에서 어느 정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을 잘 치는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경기를 주도해나갈 수 있다

 “멀리건은 티샷에 한해서 한 번만 드립니다.” 

 “페어웨이 가운데로 공을 던지는 것은 너무 과한 드롭입니다.” 

 “그 거리를 컨시드 주는 것은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납니다.” 

  공 잘 치는 기술 권력을 가진 리더가 이렇게 몇 마디만 하면 동반자들이 공을 좀 더 신중하게 치도록 하고, 경기 진행도 빠르게 유도를 하고, 경기의 재미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경기규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골프 규칙을 잘 숙지하는 것도 리더십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발생 빈도가 높은 카트 도로 구제방법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규칙이다.(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


  권력이 있는 리더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아주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불공정한 행동을 별 것이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다. 권력이 있으면 어떠한 행동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권력이 있고 말 잘하고 설득력이 있는 사람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고도 합리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를 조심하여야 한다. 

  권력이 있는 리더가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면 전반적으로 경기 진행이나 재미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라운딩 중에 정치행위가 일어나게 된다

  만약 리더가 티샷이 부정확하여 멀리건을 자주 받는다면 다른 동반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이를 적용해주어야 하므로 경기 지연이 발생하거나 일반적인 규칙 적용이 어려워 전반적으로 라운딩의 흥미를 반감하게 된다. 또한 퍼팅 시 일반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거리에서 ‘오케이’를 받고 이를 리더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컨시드가 남발되면서 그린에서 정치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극단적으로 리더가 첫 퍼팅을 스트로크 하기만 하면 어디선가 ‘오케이’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활동이 라운딩 내내 확대 재생산된다. 

  골프를 칠 때 이러한 정치적 행동political behavior을 성공적으로 하여 보상으로 연계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실제 조직 내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행동을 활성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어떤 면에서는 리더에 대한 정치행동은 그런 행동을 그룹이나 조직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주변에 있는 낮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정치행동에 관여하는 것을 허락하게 되면서 조직 효율성은 저하되고 비윤리적인 측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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