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중첩의 밤
별이 흐르는 밤. 세상이 다 자는 시간,
나는 좀 이상해졌다. 낮에는 새들이 내 위에서 놀고, 벌레들이 내 몸에 기어 다니고, 애들이 나랑 숨바꼭질하고 그랬는데, 밤이 되니까 모든 게 막 섞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뿌리가 박혀 있는 나무이면서, 동시에 저기 별들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어, 그러니까 내가 나이면서 내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
김남효 작품.
그날 밤에는 내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나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내 나뭇가지도 나고, 별빛을 뚫고 날아가는 나도 나였다. 여기 가만히 서 있는 나도 나고, 저 멀리 우주 여행 가는 꿈을 꾸는 나도 나였다. 내 꿈은 그냥 별들처럼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거였는데, 낮에는 그걸 꾹꾹 참았는데 밤이 되니까 막 튀어나오는 거였다. 현실이랑 꿈이랑 막 섞여서 이상한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나뭇잎 대신 별을 달고 밤하늘을 날았다. 근데 동시에, 나는 꿈을 꾸는 나무로서 땅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데, 또 묶여 있었다. 이런 이상한 상태는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됐다. 해가 딱 뜨니까, 여러 가지로 막 섞여 있던 내가 다시 딱 하나의 나로 돌아왔다. 나는 다시 그냥 땅에 박혀 있는, 낮의 나무가 되었다.
근데 뭔가 달라졌다. 내 몸속에는 아직 별빛이 남아 있는 것 같았고, 나뭇가지 끝에는 별똥별 같은 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하늘을 못 날아도, 밤이 되면 내가 엄청 많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걸. 내 꿈은 없어지지 않고, 밤이 되면 다시 막 움직일 거다. 내가 여기 있는 건 그냥 다른 사람들 배경이 아니라, 내 멋진 꿈을 꾸기 위해서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밤이 되면
당신은 어떤 이상한 상태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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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효 박사(Dr. Namhyo Kim)는 대한민국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학자, 그리고 양자파동아트(Quantum Wave Art)의 창시자로,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디자인 석사, 홍대 동양화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MBTI & 건축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최우수상 수상했다. 대표작은 Quantum Wave Art Series 와 Eye Contact, 등 이며 Qwaf 포럼을 개최한 양자파동 예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