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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Feb 27. 2022

가전 기업의 현재

D2C 시각으로 바라본 국내 가전 기업의 현재

지금까지 살펴본 D2C의 시각으로 국내 가전 기업들이 어떤 시도를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필자의 평소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삼성전자


아래에서 살펴볼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가전에 대한 직접 렌탈 사업을 하지 않는다. 과거 진출하는 게 아니냐,, 하는 추측성 기사가 난 적은 있지만 삼성은 SK매직-SKT와의 협업 등을 통한 간접 진출의 방식을 하는 것으로 현재는 그렇게 방향을 정한 거 같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직접 접근하고자 할까? 최근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을 보면 그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작년 12월 삼성전자는 조직 개편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가전(CE) 사업과 모바일(IM) 사업을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통합 개편하였다. 두 가지 사업을 통합했다는 것과 그 이름을 Device에 대한 Experience로 정했다는 것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의 연결, 그 중심에 있는 스마트싱스 IoT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려는 거 같다.


이미 국내 홈 IoT 플랫폼 중 스마트싱스는 압도적인 점유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싱스를 들어가 보면 삼성은 단순히 자사 가전과의 연결로 IoT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개방형으로 홈 Life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홈 IoT 관련 최대 가입자가 있는 네이버 카페도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최근 카페 명칭 변경) 있다. 여기에는 홈 IoT에 대한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IoT 사용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리얼한 피드백과 기술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필자 생각에 삼성은 그 카페를 통해서만도 본인들의 플랫폼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고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거 같다. 그리고 지금도 그 카페에서는 스마트싱스 커넥션 때문에 가전은 다 삼성으로 구매한다는 글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IoT 생태계가 대중화되었을 때 유리한 입지를 가지게 될 거 같다.


LG전자


정수기부터 대형가전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하면서 직접 렌탈 사업도 하는 회사이다. 국내에서 렌탈사업은 200만 이상 계정으로 코웨이에 이어 2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주력 비즈니스는 렌탈보다는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LG전자는 앞장에서 말해온 온라인/직영 유통 - 고객 네트워크 - 체험형 오프라인에 대해 LGE.Com/Best Shop - LG 씽큐 플랫폼 - 시그니쳐 키친 스위트(쇼룸)를 두루 가지고 있다.


홈브루(맥주 제조기)와 틔운(식물재배기) 등의 새로운 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며 최근에는 UP 가전을 발표하면서, 하드웨어 구매 후 지속적인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 설정을 하려는 거 같다. 이는 테슬라가 OTA를 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속적인 S/W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개인적으로 잠재력이 많은 기업이라 생각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D2C 관점의 요소도 많다. 아쉬운 것은 이것저것 가지고는 있으나 전략적인 방향에 있어 힘이 많이 분산되는 거 같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그니쳐 키친 스위트를 명소로 잘 키워가면서 기존의 Best Shop도 위치나 규모에 따라 일반 매장과 체험 매장으로 진화를 시켜주면 좋겠다. 그리고 틔운이나 홈브루와 같은 아이템을 단순히 제품 판매 후 소모품을 지속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모델로 바라보지 말고, 고객과의 직접 관계 형성(틔운 - 실내 조경에 대한 커뮤니티, 홈브루 - 수제 맥주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맥주에 대한 이야기)을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라보면 좋을 거 같다.


 LGE.Com을 통한 e-commerce를 기존 채널과의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화시킬 것인지, LG씽큐는 개방형 IoT보다는 UP가전을 통한 LG 가전과의 커넥션으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여러 가지 전략적인 로드맵이 궁금하다.


코웨이


생각해보니 구독이나 D2C라는 워딩이 지금처럼 유행하기 훨씬 전 기업의 태생부터 D2C형태로 사업을 해온 국내 유일의 제조사인 거 같다. 당시 대기업이 아닌 코웨이가 정수기를 만들어서 팔기 위해 백과사전 판매 방식이었던 방문 판매와 코디의 정기 방문 케어라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사업 스킴을 만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고객과의 직접적 지속적이라는 기업문화는 코웨이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었겠나 생각된다.


코웨이는 최근 수면 매트리스 사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면이라는 테마가 건강을 화두로 확장할 수 있는 얘깃거리를 많이 가진 아이템이기도 하거니와, 코웨이는 매트리스와 안마의자에 대한 오프라인 체험장을 열면서 고객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거 같다.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강남에 오픈한 체험장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해졌다는 기사를 보았고 실제 호응이 좋다면 잘 설정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나이키가 운동이라는 테마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블랙야크가 등산이라는 테마로 고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코웨이도 수면 건강 또는 휴식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고객과 충분히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코웨이에 있어서 개인적인 관심사는 넷마블이 코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있다. 게임업체인 넷마블에서 당시 코웨이를 인수했을 때 의아한 사람들이 많았고 넷마블은 구독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이고 넷마블은 거기에 게임사업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과 AI역량 등 디지털을 입히겠다고 했다는데, 넷마블이 코웨이를 통해 그리려는 미래상이 무엇일지(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 게임업계가 메타버스 / NFT / 디지털 트윈과 같은 용어들도 핫해져 있는 시기라 더욱 궁금해진다.


SK매직


마지막으로 SK매직에 대해서는 조금 이중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SK라는 그룹 관점으로 보는 것과 SK매직 개별기업관점으로 보는 것의 갭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매직의 모회사인 SK네트웍스가 SK그룹 계열은 맞지만 사촌관계의 다른 오너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라는 부분도 영향이 있는 거 같다.(최근 LX로 분리된 것처럼 LG그룹 문화였으면 벌써 계열분리가 되었을)


우선 SK그룹 관점에서 D2C를 보면 SK매직은 SK그룹의 일원으로써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성장해갈 거 같다. SK그룹에서 디지털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기업의 선두에는 SKT가 있는데 그 미래가 밝아 보이기 때문이다.


SKT는 '아리아'로 익숙한 NUGU라는 브랜드의 음성인식 기반 AI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T로 대표되는 T맵(내비게이션)과 T우주(구독 상품 이용 멤버십)를 가지고 있다. SKT 망과 NUGU AI를 통해 홈 IoT에 적극적이며, 이러한 기술이 T맵에 녹아져 있고, 기존의 통신사 멤버십을 넘어 누구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고 아마존 직구 등의 다양한 해택을 누릴 수 있는 T우주는 작년 출시 후 벌써 200만 가입자에 다가서고 있다.


D2C관점에서 SK매직은 지금도 렌탈사업을 꾸준히 성장시키고는 있지만 추가로 그룹 협업을 통한 모델들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NUGU홈 IoT에 최적화되어 고객과 아리아의 대화를 가장 잘 따르는 가전이 될 수 있을 거 같고, T우주를 통해 온라인 직영 판매망을 확보하면서 멤버십 회원에게 구매 혜택도 줄 수 있을 거 같다. 이미 하고 있지만 SKT 전국 매장을 통해서 SK매직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활동도 강화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가 4개 기업을 바라보는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4곳 모두 가전을 만드는 제조회사이지만, 제품을 제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너머에 있는 생태계 또는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는가는 많이 다른 얘기이며 마인드, 시스템, 그리고 KPI라 불리는 성과의 시점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어도비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구독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회사 수익을 최대한 빨리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시에 주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언을 하였다.'


5장, 소비자와 기업 편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위의 어도비 선언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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