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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Feb 08. 2022

소비자와 상품

소비자 입장에서 보는 상품의 본질적인 가치

지금까지 구독/렌탈에 대한 유형과 특징을 살펴보았다. 업무를 하면서 주변을 바라보았을 때 무엇을 위한 상품 개발인지 의문이 들 때가 가끔 있었다. 제품 판매를 넘어 서비스 판매가 중요한 시대라는 말이 강조되자 제품 별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 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특정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뭔가 그럴 듯 해 보이는 컨셉들을 적용해 보려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소비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상품 유형들이 고객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의 본질적인 가치를 살펴보려 한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당연히 상품이 주는 지불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끼거나 가격의 진입장벽이 낮거나 또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유형들을 고객 관점에서의 가치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디지털 콘텐츠 구독


디지털 콘텐츠 구독이 가장 보편적인 구독 상품이 된 이유는 정해진 가격 하에 원하는 만큼 충분한 공급을 받으면서 느끼는 만족도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디지털이라는 특성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사회 인식 및 기술 발달에 기인한다.


디지털은 무한 복제 / 무한 제공되는 특성을 지닌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한때 영화나 음악은 공짜로 보는 거라는 인식이 퍼진 때가 있었다. 소리바다와 같은 P2P 사이트에서 음악을 MP3로 다운로드하여 컴퓨터나 MP3플레이어로 무료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영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디지털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보호 및 감시가 강화되고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속도가 발달하면서 등장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인식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디지털이 주는 무한 제공 특성은, 기업 입장에서는 월정료 상품을 구성한 후 소비자가 아무리 많이 이용해도 손익적으로 무리가 없는(횟수에 따른 저작권료 지출이 있겠지만 무리는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영화 등의 영상을 한 달에 100편을 보더라도 음악을 한 달에 1000곡을 듣더라도 정해진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주게 되며 이 상품은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마지막 중요 요소는 콘텐츠의 양(풍부함)과 질(재미)인데, 하나만 구독해서 뭐든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최근의 양상은 해외는 디즈니플러스 및 HBO Max 등 전통 강호들의 서비스 독립 선언, 국내에서는 해외 OTT 서비스 진입 외에도 웨이브 티빙과 같은 국내 OTT 서비스들까지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다 해서 보려면 A OTT 서비스고 어떤 프로가 재미있다 해서 보려면 B OTT고, 서비스 여러 개를 구독해야 하나 하는 스트레스 상황이 생겨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서로 품질 좋은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 제작 투자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쟁의 심화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멤버십 구독


플랫폼 멤버십 구독 또한 소비자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상품인데 쿠팡과 같은 e-Commerce 플랫폼을 보면 그간 온라인 구매는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2일 ~ 3,4일) 온라인 구매의 약점을 로켓 배송의 경우 익일 이내 배송으로 거의 없애버렸다. 또한 온라인 구매의 또 하나의 단점이었던 택배비를 멤버십을 통해 제거(로켓 배송)해 버린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대비 더 다양한 상품을 보통은 더욱 저렴하게 익일에 바로 받으면서 택배비도 없는 멤버십 구독비가 월 4,900원(신규 가입 기준)이므로 한 달에 두 번만 이용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쿠팡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도 제공)인데 한 달에 그 이상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가치를 느끼게 되며, 그걸 위해서라도 물건 살 일이 있으면 멤버십이 가입된 곳에서 주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 배송이라는 서비스는 디지털이 아니기에 건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쿠팡의 수익이 멤버십에 의존되고 있다면, 소비자가 주문을 많이 할수록 배송비에 의해 손해 보는 구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쿠팡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결재액이 증가할수록 주요 수익원인 중계 수수료 또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쿠팡에 오픈마켓으로 입점하면 약 10% 정도, 쿠팡이 상품을 매입하고 멤버십 무료 배송을 해주는 로켓 배송으로 입점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멤버십은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는 가치를 만든 후 혜택을 제공하면서 Lock-In 시키고, 거래 규모를 키워 공급자가 다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입점해야 하는 플랫폼 터전을 만드는 상품이라 생각된다.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진입 장벽이 높지만 (국내에서 배송 리드타임 단축을 만든 쿠팡도 대단하지만, 훨씬 넓은 미국에서 익일 배송 체재를 만들어낸 아마존의 진입 장벽은...) 2장에서 말했듯 택배물류사와 제휴를 맺은 네이버 그리고 기존 유통강자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이런 경쟁 상황이 소비자 입장에서 별로 스트레스는 아닐 거 같다. 오히려 서로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려 할거 같고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물건이 쿠팡에든 네이버에든 있을 테니 다양한 물건 구매를 위해 여러 개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겠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 비교 (이투데이 22년 2월 2일 기사)


S/W 구독


S/W 구독은 고객 입장에서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상품이다. 특히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등의 기업에게 선호도가 높은데 사용한 만큼의 비용을 부담하므로 라이센스 대량 구매에 대한 부담, 인원을 다시 줄였을 때 라이센스가 남아도는 그런 상황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S/W 업계에서 구독 상품을 출시하면서 제공하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또한 사용자에게 큰 장점이 된다.


기업이 아닌 일반 고객의 경우 본인의 성향에 따라 S/W 구독이 유리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거 같다. MS Office의 경우 영구 라이센스 상품이 대략 3년 주기로 업그레이드 출시된다고 했을 때, 새로운 기능들에 관심 많은 사용자의 경우 S/W 구독이 유리할 것이고 지금도 Office 2010이면 충분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는 Office 2010 영구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장기간 사용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어도비는 S/W 구독 상품만을 출시하는데, MS는 구독 모델과 영구 라이센스 모델을 아직 병행하고 있는 게 구독 모델 전환을 위한 Soft Landing 목적 외에 사용자 별 특성을 감안한 이유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렌탈


렌탈 또한 고객에게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상품으로 시작되었다. 코웨이가 국내에서 정수기 렌탈을 시작한 게 90년 전후로 이때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만 달러였던 시절이다. 당시 코웨이는 정수기를 렌탈로 사용하면서 2개월에 한 번 관리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해 방문 판매라는 직접 채널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국민소득이 이미 3만 불을 넘어선 지금은 소비자에게 정수기를 렌탈로 구매하는 것이 가격 진입 장벽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울 거 같다. 다만, 90년부터 정수기 등의 위생가전은 렌탈로 구매하는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인식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웨이는 국내가 아닌 말레이시아에서도 렌탈로 상당한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불 초반대이며 렌탈은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기 배송


소비자 관점에서 정기 배송은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정기 배송의 경우 상품이 늘어나면 원가도 증가하고 거기에 배송비까지 발생하게 되어 소비자가 큰 혜택을 본다고 느끼는 상품 설계가 어렵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보편적인 서비스보다는 특정 수요 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으며, 가치를 추가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를 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큐레이션 형태 (꽃, 과자, 민속주 등에 대한 전문가 큐레이션 후 배송),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제조사 직접 판매 (면도기 구독 - 처음부터 유통마진을 낮추기 위해 협업 가능한 제조사를 발굴하여 상품화한 와이즐리, 물 구독 - 직접 배송 서비스를 출시한 삼다수) 


그리고 향후에는 비정기 배송 형태도 나올 거라 생각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주기적으로 공급해주되, 내가 필요할 때 (사용 속도에 따라 때로는 자주, 때로는 천천히) 공급해 주는 게 더욱 가치 있는 상품일 거 같다.


서비스 용역


서비스 용역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용역인가(내가 바빠서) 아니면 내가 하기 어려운 일에 대한 용역인가(전문성)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우선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의 경우 서비스 용역은 보편적인 니즈가 있다. 세탁기 통세척이나 정수기 살균 및 필터 교체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반면 나도 할 수 있는 일의 경우 서비스 용역은 고객 상황 별 선택사항이 된다.


그래서 위생가전제품에 대한 같은 케어십 상품이라 하더라도 정수기와 (자가관리 모델 제외)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생 유지에 민감하고 관리에 전문성이 필요한 정수기를 일시불 구매했을 경우 케어십 가입은 보편적인 일이지만, 필터 교체 시기가 좀 늦더라도 별로 문제 되지 않고 필터 교체 방식도 간단한 편이며 조금 노력하면 필터 구매를 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의 경우 고객 입장에서 케어십 매력도는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이 각 상품 유형을 고객 가치 관점에서 평가해 보았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상품을 설계할 때는 고객이 어떤 가치를 느낄 것인가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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