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작가 Feb 12. 2022

소비자와 기업

고객을 안다는 것

고객을 이해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지금은 그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이번장에서는 기업이 소비자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고객을 아는 방법의 변화


제조업 초반에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절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업은 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기 전에도(사전 인터뷰 등), 만드는 중에도(필드 테스트 등), 만든 후에도(만족도 조사) 고객으로 모여진 시장 반응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은 실리콘벨리나 판교로 상징될 수 있는 예전과는 다른 고객 접점을 만들어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현재의 변화에 대해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그 발전 단계를 단순화하여 예를 들어보겠다.


1. 내비게이션의 가장 단순한 서비스 형태는 전국의 도로 정보를 셋업해 두고, 사용자의 위치정보(GPS)를 통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의 거리를 계산하여 가장 가까운 경로를 제안하는 형태일 것이다.


2.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 의견과 기업 노하우가 반영되어 내비게이션에는 도로 유형(고속도로 / 일반도로)에 대한 속도 가중치, 시간대(출퇴근 시간 등)에 따른 속도 가중치 등을 감안하여 좀 더 사용자 현실에 맞는 경로를 제안하는 형태로 발전해 갈 거 같다.


3. 여기서 더욱 발전된 형태는 어떨까? 지금 내가 운전하는 도착지까지의 경로에 있는 (동일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모든 차량 움직임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도로 공사 및 교통신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상황의 변화를 실시간 대응해 최적의 루트를 추천해 주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거기서 더욱 나아간다면, 각각 사용자의 운전 선호도를 파악하여 운전자가 가장 선호하는 루트를 제안해 주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 교통 정보 연동 (디지털투데이 21년 10월 28일 기사)


위의 1번 예시가 그전에 없던 내비게이션이라는 제품이 처음 나오면서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로 비유될 수 있다면, 2번 예시는 사전/사후 조사를 통해 소비자 의견을 청취하고 기업에 쌓인 경험치를 바탕으로 제품을 점점 개선해 나간(업그레이드 버전 출시)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리고 3번 예시는 실시간 상황과 변수 그리고 사용자 선호도(개인화)까지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그것을 제품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이다.


1번에서 2번으로 가는 길은 노하우에 따른 개선 또는 최적화의 영역이지만, 2번에서 3번으로 가는 길은 완전 다른 길이며 그 기반에는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망 구축과 빅데이터, AI, IoT로 대표되는 IT가 자리 잡고 있다. (IT에 대해서는 다음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어떤 기업이 2번에서 3번으로 가는 길을 IT가 아닌 관리 고도화 등의 다른 형태로 시도한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전국 곳곳에 교통상황을 계속 체크하고 운전자로부터 제보를 받을 수 있는 정보 수집 부서와 요원들이 필요하겠다. 정보 수집 부서는 수집된 정보를 본사에 빠르게 전달을 해야 할 테고, 본사에는 전달받은 정보를 내비게이션 해당 구역에 계속 반영해 주고 있어야 할거 같다. 발생하는 상황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업무를 담당할 인원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될 거고 처리해야 할 수작업 또한 급증할 거 같다. 조직 규모도 커지고 일도 많아졌으나 IT기반과 비교해봤을 때 고객 만족도는 많이 떨어질 거 같다.


예시가 비약적이긴 했지만, 실제 2번에서 3번으로 가는 길을 1번에서 2번으로 가던 기존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구축


다음으로 기존과 다른 고객 접점을 구축하여 성공했다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살펴보자. 구독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면 이에 대한 방식을 온라인/직영망을 통한 직접 구매,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고객 경험을 위한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시작점에 따라 순서는 다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위의 3가지로 유사하게 나타나는 거 같다.


우선 전형적인 사례로는 테슬라가 언급된다.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기존과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면서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해 차량 구매, 지속적인 S/W 업그레이드(OTA), 체험 가능한 직영 전시장의 형태를 갖춘 사례이다. (동시 구축)


국내 온라인 패션 업체인 무신사의 경우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에서 시작한 형태라 생각한다. 무신사는 2001년 개설한 '진장 진 많은 곳'이라는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가 그 시작이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패션을 테마로 점점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하였고 이후 국내 10번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이 될 만큼 기업 가치가 큰 회사가 되었다. 지금은 무신사의 옷을 경험할 수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도 개설했다. (고객관계 → 온라인 판매 → 오프라인 체험 매장)


아마존의 경우는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영역을 넓혀 나가고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고객관계를 형성하고 최근에는 각종 기존과 차별화된 오프라인 매장을 출시하고 있는 사례이다. (온라인 판매 → 고객관계 → 오프라인 체험 매장)

옷을 본 후 이후 사이즈 선택, 탈의실 사용, 제품 구매 등 모든 과정을 앱으로 진행  (조선비즈 22년 01월 21일)


나이키의 경우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 방식에서, 고객 관계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형태 전환을 선언한 케이스이다. 나이키는 고객 관계 형성을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설정하여 지속적인 운동을 통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판매 망에 있어서는 기존의 간접 체인망을 줄이면서 온라인 구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 고객관계 설정 → 온라인 판매 → 오프라인 역할 재구성(체인점 축소 및 체험형 직영점 확대))


처음부터 고객 관계에 대한 컨셉을 가지고 시작한 기업과 달리, 기존에 오프라인 중심으로 직영이 아닌 유통망에 판매를 해오던 기업의 경우 고객과의 직접적/지속적 관계 형성과 기존에 있던 오프라인 유통망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며 무엇보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 없이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나이키의 경우는 몇몇 기존 간접 판매망을 포기하면서(아마존과 결별, 간접 체인점 축소) D2C 방향을 선언하였고, 조금 다른 케이스이지만 어도비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구독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회사 수익을 최대한 빨리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시에 주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언을 하였다.


경영층에 있어 매출은 늘 가장 중요한 KPI에 해당한다. 기존 방식을 통해 이미 시장에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저속적인 관계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매출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할 정도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전 05화 소비자와 상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