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퇴직 후 연금을 확인할 수 있는 연금통합포털에 들어가서 나의 은퇴 후 현금 흐름을 확인한 후 조금은 무거운 현실을 마주했다. 2029년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봐도, 현재 월급의 7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더군다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33년간 월급쟁이로 살아오면서 매월 정해진 날짜에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은퇴 후에는 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사라진다. 연금이 있긴 하지만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본업 외에 부수입을 만드는 활동을 뜻하는데, 50대 중반인 나에게도 이런 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다만 젊은 세대의 사이드 허슬과는 다른, 나만의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은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수입을 의미한다. 임대소득, 배당금, 저작권료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은퇴를 앞둔 내게는 정말 매력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교사 월급으로 모은 돈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배당을 받으려면 상당한 원금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자산 중에서 '패시브 인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가장 큰 자산은 33년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최근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가능성을 보고 있다.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수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패시브 인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는 '액티브 인컴(active income)'이 필요하다. 즉, 계속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일이어야 한다. 33년간 정규직 교사로 일했으니, 은퇴 후에는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일을 하고 싶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평생교육' 분야이다. 요즘 성인들의 학습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도덕·윤리뿐만 아니라 인생 설계, 소통법 같은 분야로 영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강의도 빠뜨릴 수 없는 옵션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다. 은퇴 후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강의를 개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에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중요하듯, 은퇴 후 수입원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수입원에만 의존하면 그것이 사라졌을 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은퇴 후 수입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금(공무원연금 + 개인연금)이 기본 베이스가 된다. 둘째,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를 통한 광고 수익이나 후원금이다. 셋째, 강의나 컨설팅을 통한 일회성 수입이다. 넷째, 가능하다면 작은 규모의 투자 수익도 포함시키고 싶다.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된 노동'과는 반대로, 은퇴 후의 수입 활동은 내 의지와 선택에 따른 '자유로운 노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성과 수익성, 패시브와 액티브, 단기와 장기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까지 아직 몇 년이 남았지만, 사이드 머니 만들기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하고 나서 갑자기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은퇴할 때쯤에는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글쓰기가 그 첫 번째 스텝이다. 아직은 수익을 바랄 위치도 아니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독자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조회수가 늘고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나 자신만의 수익 콘텐츠 또한 생길 것이라는 기대하에 여러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강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수업과 일반 성인 대상 강의는 다르다. 온라인 강의 제작법도 배우고 있고, 최근 유행하는 생성형 A.I. 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기술도 연마하고 있다. 퇴직 전에 몇 번의 외부 강의 경험을 쌓아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놓으려고 한다.
세 번째는 네트워킹이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은퇴 후 여행 및 한 달 살기 등을 통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자 하는 계획도 하고 있다. 은퇴 후 일거리는 결국 이러한 네트워킹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인맥은 그 자체로 인생이 좋은 자산이자 새로운 인생 여정의 미래 투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이드 머니를 만드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에도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람,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33년간 교사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돈보다는 '의미'가 더 중요했다. 은퇴 후의 사이드 머니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내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컨설팅을 한다면 단순히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것도 돈이라는 개념보다는 다른 분야의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상만 좇을 수는 없다. 현실적인 수익 목표도 설정해야 한다. 현재 월급의 30-40% 정도를 사이드 머니로 벌 수 있다면, 연금과 합쳐서 현재 생활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은퇴 후에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돈을 벌겠다고 무리해서 건강을 해치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사이드 머니 계획을 세우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족의 이해와 협조다. 아내와도 충분히 상의했다. 다행히 아내도 내 계획에 동의하고 격려해주고 있다. 오히려 "당신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큰아들은 "아빠가 유튜버가 되는 거예요?"라며 재미있어했고, 둘째는 "아빠 구독자 늘리는 법 알려드릴게요"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족의 지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도 가족이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현금 흐름 디자인은 결국 '제2의 인생 설계'의 핵심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수입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한 걸음씩 착실하게 준비해나가고 있다. 2029년 은퇴할 때쯤에는 든든한 사이드 머니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놓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