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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인플루언서: 경험을 콘텐츠로!

by 윤근관쫑아빠

얼마 전 여행 가는 차 안에서 50대 은퇴 부부의 세계 한 달 살기 콘텐츠를 집 사람과 함께 유튜브로 보다가 은퇴 후에 집 사람 자기가 영상을 찍어 줄 테니 나보고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우리 부부의 여행기를 유튜브를 통해 만들어보자는 약간 웃기지만 진지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실제 진행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촬영 장비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넘긴 적이 있었다.


33년의 경험, 이제 교실 밖으로


요즘 '인플루언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통은 젊은 사람들이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진짜 인플루언서는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33년간 교직에서 쌓아온 내 경험도 충분히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9년 은퇴를 앞둔 지금, 나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교실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내 경험을 나누는 '교실 밖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콘텐츠로, 어떤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전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발터 벤야민은 "경험의 빈곤"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대인들이 진정한 경험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세대는 급변하는 시대를 몸소 겪어온 '경험의 보고'다. 문제는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콘텐츠로 가공하느냐이다.

내가 교직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스토리들이 있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떨림, 문제 학생과의 갈등과 화해, 학부모와의 소통,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적응,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 경험까지...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젊은 교사들을 보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내 경험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부모들에게는 '교사의 시선에서 본 아이들 이야기'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교육 관련 내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은퇴 후에는 교육계를 떠나는 것인데, 계속 교육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요즘은 내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다양한 각도에서 콘텐츠 소재를 찾고 있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동안 고민의 결과 생각해 낸 콘텐츠이며 앞으로 꾸준하게 이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

요즘 우리의 사이버 공간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정말 다양하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각각의 특성이 다르고, 타겟 오디언스도 다르다. 과연 내게는 어떤 플랫폼이 맞을까?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일단 글쓰기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33년간 수많은 생활기록부를 써오고, 교안을 작성해 온 경험이 있으니 글쓰기가 가장 자연스럽다. 첫 시작으로 여기 브런치 스토리를 개설해서 교직 생활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 있다. 제목도 나름 신경 써서 나중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쫑아빠의 교단 일기" 정도로 정했다.

처음에는 읽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허탈했다. 하지만 꾸준히 올리다 보니 조금씩 댓글도 달리고, 공감 버튼도 눌러진다. 특히 젊은 교사들이 "공감한다", "도움이 된다"는 댓글을 달아줄 때는 정말 뿌듯하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요즘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텐츠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내게 맞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진짜 겪었던 일들, 진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 내가 경험한 다양한 교직 경험을 통해 교육의 완벽한 성공담보다는 솔직한 실패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의 방향성을 찾은 것 같다.


50대 중반인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세대 간 소통'에 기여하고 싶어서다. 요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지금 20대, 30대, 40대가 되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내 또래 세대의 생각과 가치관도 잘 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양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동료 교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요즘 애들은 왜 이럴까?"라는 이야기가 자주 귀에 들린다. 중학생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을 위해,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교사 자신이 중학생 정도로 눈높이나 사고의 수준을 내려야 하는데 나이 들어가는 교사의 시선으로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면 점점 더 아이들과 우리는 멀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로 같이 대화했던 동료들의 공감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교육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 새로운 정체성 찾기

교실 밖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것은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33년간 '교사 윤근관'으로 살아왔는데, 은퇴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목적을 '유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지식과 가치관을 전달하며 보람을 느꼈다. 은퇴 후에도 이런 '전달자', '소통자'의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 다만 대상과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때로는 부담스럽고 어렵기도 하다. 조회수가 낮을 때는 "내가 괜히 나서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위로받거나 도움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매주 글 한 편을 힘겹게 이어가는 초보 글쟁이 수준이지만, 꿈은 크다. 언젠가는 내 콘텐츠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오프라인 강연이나 워크숍도 해보고 싶다. 온라인 콘텐츠로 시작해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쫑아빠와 함께하는 인생 토크"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비슷한 연배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직접 만나며 소통하는 것도 멋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안다. 일주일에 한 편씩이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조금씩 영상 제작 기술도 늘려가면서 천천히 성장해나가려고 한다.


은퇴까지 아직 몇 년이 남았으니,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의 마지막 시간들도 소중하게 보내면서, 동시에 교실 밖에서의 새로운 시작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싶다.


33년간 교실에서 쌓아온 경험이라는 원석을 콘텐츠라는 보석으로 다듬어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교실 밖 인플루언서'의 모습이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진정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걸어간다면 분명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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