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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Jun 15. 2024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습니다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습니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서대문 안산 자락길 가는 길에 서대문 형무소를 들렀습니다. 안산길에 조성해 놓은 황톳길이 걷기 좋다기에 도시락 먹고 친구와 잡담할 생각으로 설레는 마음이었죠. 마침 6월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호국 보훈의 달이라 이왕 가는 길이니 거쳐 가자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이층 벽돌 구조로 촘촘하고 싸늘하게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 11.12 옥사, 사형장, 그리고 사형 후 시신을 바깥 공동묘지로 이동하기 위해 외부와 연결해 놓았던 비밀 통로, 동료들의 비명을 고스란히 들으며 공포와 울분을 느껴야 했던 대기실, 조사실과 실제 고문이 자행된 취조실,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잃게 할 고문 도구들을 관람했습니다.     


 주로 독립운동가, 독재에 항거한 민주투사, 일본의 압제와 독재를 보도한 외국 언론인들이 수감되었다는 자료들을 보며 전시관을 이동하다 독립운동가수형기록표 앞에 다다른 순간 눈물이 왈칵 솟구쳤습니다.     


 사지에 들어선 걸 모르지 않을 터인데 비쩍 마른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담담하고 당당했기 때문입니다. 지은 죄가 없다 오히려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그 일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으라면 기꺼이 그리 하리다라는 마음을 읽은 듯해서일까요. 그들의 죽음을 지켜봤을 가족의 슬픔을 떠올려서 일까요. 그들과 그들 가족의 고통으로 딛고 서있는 지금의 평안함이 고마워서 일까요.     


 먹고사는 일과 노는 일을 위해 멀리서 지나쳤던 곳을 이제와  여기 멈춰 서봅니다. 너무 무심했고 어리석었습니다.     


 그들이 산채로 살점이 뜯기고, 인두로 지져지고, 뼈가 부러지고, 폐에 물이 차는 고문과 수없이 흘린 핏물 위에 제 평화로운 일상이 있음을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철저히 인간성을 짓밟히는 절망의 공간에서 또 독립만세를 불렀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합니다.     


 저자 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절대적 환대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장소)를 인정하고 권리를 준다는 뜻이고 그 권리들을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가 아니라 바로 환대이다. 그러니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전제가 평화이고, 그 바탕 위에 서로의 자리를 차별 없이 인정해 주어야 온전히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말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태어나보니 분단된 조국이라 전쟁, 평화라는 말이 사실 깊이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작은 실천을 생각해 봤습니다. 작은 시빗거리로 나와 전쟁하지 않을 것, 그리고 운전할 때도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 배려하기,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며 잘 먹고 간다 인사하기, 대중교통 이용하며 운전사의 노고에 감사하기 등 일상에서 접하는 감사함을 가볍게 표현하기로 꼽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손 닿을 거리에 비닐 봉지가 보이지만,  환경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일회용품 덜 쓰기, 손수건 휴대하기, 흠없이 맵시로운 과일과 채소 멀리하기를 실천해 보려 합니다.     


6월의 식물에게 축복 같은 단비가 내리는 주말,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습니다. - K People Focus (케이피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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