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어느새 흰 눈이 포슬포슬 내려 가만가만히 쌓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눈송이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서 부드럽게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은 다시 서점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아와 태오는 책장 사이 통로에 서서 여전히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미아는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예전과 같았지만, 조금 더 깊고 부드러웠다.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 많은 걸 고민했던 긴 아픔이 그녀에게 그대로 빠짐없이 전달되었다.
미아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별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우린 한 번도 끝난 적 없었어요."
태오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머릿속에는 늘 당신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눈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그렇게 애틋한 감정이 서려 있는 눈빛으로 그녀는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이제야 진심 어린 속내를 비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태오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다려온, 그토록 원했던, 하지만 다시는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말을 그녀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다니….
"미아가 없는 시간은… 내겐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정말로 그는 한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이별 후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고, 그녀가 그를 다시 바라봐 주길 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바로 눈앞에서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태오는 미아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미아."
그는 그녀의 이름을 낮고 부드럽게 불렀다.
그가 그녀를 부를 때마다, 미아는 태오의 세상 속에 여전히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사무치게 깨달았다.
"나도요."
미아는 눈물을 멈추고 아주 작고 여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어요."
태오는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태오의 손이 미아의 손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 손끝을 살짝 스쳤다.
그녀도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천천히 손을 잡았다. 예전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차가운 손끝, 하지만 서로 익숙한 그 느낌이 좋았다.
그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잡는 순간 미아는 깨달았다.
그가 없는 두 달 동안, 그녀는 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장소를 스칠 때마다, 불쑥불쑥 그가 떠올랐다.
그가 곁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그를 떠난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알았다.
그를 떠나면서 그녀는 사랑을 놓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시험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시험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당신 없이도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당신이 없으면, 나는 늘 불안정했어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았다.
"나도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늘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사랑한다면서 당신을 힘들게 했어요."
미아는 미안함을 전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태오는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거예요."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줬어요."
"나도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미아는 늘 자신이 태오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늘 완벽해요."
그 말에 태오는 살짝 웃었다.
미아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당신이 내게 준 건 부담이 아니라, 사랑이었어요. 난 이제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그녀가 떠났을 때 그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미아가 물었다.
태오는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우린 한 번도 끝난 적 없었어요."
그 순간, 창밖에서 눈이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의 불빛이 반짝였고, 서점 안의 공기는 여전히 따뜻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하지만 그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한 번 사랑했고, 한 번 헤어졌고, 다시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서로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아늑한 불빛 아래서 태오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도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야, 정말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이별은 필요했다. 그 시간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우리, 이번에는 천천히 가요."
미아가 말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태오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속삭였다.
"나도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할게요."
"나는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니, 태오. 그러지 마요"
미아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당신은 이미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대로예요."
태오는 다시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그리고, 그녀를 조용히 품에 안았다.
"이제야 알겠어요."
그녀가 그의 품에서 속삭였다.
"사랑은 서로를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거라는 걸."
"그래요. 우리는 그걸 깨닫기 위해 조금 돌아왔을 뿐이에요."
태오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조용히 말했다.
"미아."
"네."
"앞으로도 당신이 가는 길에 내가 항상 함께할 거예요."
"나도요."
"어떤 순간에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함께할 거예요."
"우리 이번엔… 정말로 영원히 함께해요."
그녀가 다짐하듯 말했다.
"네."
태오가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나도요."
"태오, 당신이 있는 곳이 내가 가장 편하게 머물 곳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미아, 나도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내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 그들은 마침내 모든 걸 이해했다.
사랑은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것이었다.
사랑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사랑해요, 미아"
"사랑해요, 태오"
그리고, 그 순간. 태오는 미아를 부서질 듯이 꼭 끌어안았다.
이제는, 정말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랑은 다시 이어졌다.
첫눈이 내리는 밤, 다시 시작된 사랑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처음이 되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촘촘한 날실과 씨실이 되어 시간을 엮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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