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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Dec 20. 2023

오빠의 여자

장위동은 유난히 집장사들이 비슷하게 뚝딱 지어서 판 집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이층 집으로 다른 쪽은 단층집들이 많았다.

버스에서 내리면 긴 골목을 따라 한참 들어가야 우리 집이 나왔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보면 집을 지나쳐가기 일쑤였다. 

특별히 우리 집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뭐가 없었다. 

집들이 다 똑같았던 1970년대 몰개성의 시대

때때로 나는 집으로 가는 긴 골목길에서도 싫증이 났다.

비슷한 골목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는 것인지 나는 벌써 알았다.






무덥던 어느 해 여름쯤이었나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들어가 집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공기가 좀 달랐다. 누군가 집에 온 것 같아 보였고

이 시간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오빠가 거실에 보였다.

옛날 집들은 철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내부가 훤히 보이기 때문에 누가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오빠 옆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도 너무 작고 팔목하고 발목도 너무 얇았다

왜 그런 것부터 보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데 아무튼 첫인상은 그랬다. 너무 예쁜데 너무 말랐다는 거




언니랑 나는 눈짓으로 그녀가 오빠의 여자친구임을 확인하고 천천히 조금 떨어져서 그녀를 관찰하는데 막냇동생이 우리 뒤로 숨었다. 부모님과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고 뭔가 심각해 보이기도 했는데

언니하고 나는 당최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몸매에 벌써부터 기가 죽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진짜 공부만이 목표여서 비교대상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되었으나... 인간이 저렇게 마른 몸을 가졌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었다.

저 다리로도 걸어 다니는 게 저 손목으로도 물건을 집는다는 게 신기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그녀는 충격이었다. 우리가 몸매 테러를 당하고 있는 동안 우리 오빠는 좋아죽는 시선으로 연신 그녀를 훔쳐보았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오빠는  이제 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오빠도 잘 먹어서 통통한 편이었는데 엄마는 항상 그 비싼 리바이스 청바지만 사다 입혔다.

남대문 미제 물건을 좋아했던 엄마는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마니아였다. 막 입고 다녀서 달아도 간지가 나던 리바이스 청바지에 티셔츠, 반곱슬인 머리는 배추처럼 해가지고 장발단속에도 걸려서 잡히기도 하고 그랬었다. 연세대학교 사진동아리에 들었었던 오빠는 아버지의 사진기로 꽤 괜찮은 사진들을 찍는 것 같았다. 그녀도 그렇게 많이 찍어줬을 것이다. 동생들은 막내만 찍어준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오빠 집에 가면 연예할 때 찍었던 새언니의 사진이 걸려있다. 핸드백을 한쪽 어깨에 메고 딱 붙는 하얀 블라우스를 중간 기장의 치마 속에 넣어 입고 머리는 생머리에 미소를 지으며 살짝 옆으로 서서 찍은 사진

아직까지도 오빠 집에 갈 때마다 몸매 테러를 당하고 오는 그 사진


그때가 오빠가 대학원 다닐 때였고 얼마 후부터 우리는 그녀를 새언니라고 부르며 장위동 그 집에서 모두 같이 살게 되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우리가 받은 몸매 충격은 같이 산 지 얼마 안 되면서 더 이상 자극이 되지는 않았다. 새언니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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