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무게의 상대성
2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 세를 주던 방이 있었다.
원래는 내년 1월까지 계약이었고, 이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해두셨다.
처음에 월세를 낮춰보겠다고 자신들이 얼마나 건실한 청년들이며
취미는 무엇이고 직업은 무엇인지까지 어필하셨는데
장문의 문자를 쓰는 것만 봐도 옹골참이 느껴졌고
사회 초년생의 풋풋함에 기분좋게 가격을 조금 낮춰줬었다.
이렇게나 많이 깎아주시냐며 감사하다고 하고
방이 너무 좋다고 감사하다고 하던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다급하게 연락이 와서는
갑자기 권고사직을 당해버려서 더이상 세를 낼 수 없게되었다며
방은 언제까지 빼드리면 되냐고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안 좋았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삼성전자 사측 차원에서부터
계획 전/중인 공사를 많이 멈추고 있다고는 듣긴했었는데
솔직히 큰 관심이 없었다.
삼성전자가 SK 하이닉스, TSMC 등 경쟁사에서 밀리고 있다니 뭐니하는 언론, 여론 자료도 크게 관심 없었다.
성과금이 낮아져서 안 좋아 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정도만 체감했었는데
내 사고 범위가 안정적인 바운더리 내에 머물러 있었구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경기 흐름에,
한 사람의 직장이 하루만에 없어질 수 있다니
한 사람의 중단기 인생 계획 자체가 달라진다니
피부에 와닿는 날이었다. 그게 또 20대 초중반 청년들이라 더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사 새옹지마인데 기죽지 말고 계속 씩씩하게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