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아침 모든 것들이 일찍이 깨어나 숨 쉬고 대화하고 웃는 것 같아 수선스럽다.
아무리 고함을 쳐도 무더위의 고요함을 뚫고 나올 수 없던 여름이었는데 가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갖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바스락 낙엽이 깔깔거리며 떨어지고 뾰족뾰족 가시가 돋을 때마다 밤송이가 엄살을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어느 가을날 아침 느꼈던 낯선 긴장감과 분주함은 내내 날 따라다녔다.
지난여름방학을 그리워하는데서 온 반갑지 않은 계절 때문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누군가의 아침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새로운 존재가 태어난 것처럼 정말 낯선 기분이었다.
영원히 듣지 않을 신곡 미개봉으로 남을 영화, 내 삶에서 태어나지 않은 많은 것들처럼 나 역시 수없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생각했다.
나의 발소리와 무게를 아는 땅과 키와 머리색을 아는 하늘, 몸을 낮춰 눈을 맞춘 꽃들에게 나를 알리고 또 알린다.
걷는 걸음마다 자연의 책장에 갈피를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