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AI와 만났을 때 ④』
딸기를 좋아한다. 수 십 년 째 좋아한다. 그런데 살 때마다 드는 생각, '딸기는 왜 비쌀까?'.
몇 번 만지작거리다 꾹 참고 돌아선다. 돌아설 때마다 드는 의문, '딸기는 왜 계속 비쌀까?' (홧김에) 딸기 생산 과정을 찾다가 각종 '농업의 미래' 관련 자료들까지 읽고 만다.
생산하기도 유통하기도 보관하기도 어려운 딸기를 어떻게 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기술부터, 기후 위기 속에 2050년 약 96억명(유엔 2022)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인구를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농업이 감당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끝에 인공지능이 있다.
2023년 상반기 현재, 인공지능에 기반한 농업 기술 스타트업이 미국에서만 200개에 달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계(로봇)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초제 없이 잡초를 캐내는 일부터 과일의 수확 시기 결정까지... 인간을 고달프게 하던 많은 일을 영리하게 해내고 있다. 현재 생존하는 인류부터 향후 추가될 수 십억 인류까지 인공지능 활용 수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 기후위기+인구 증가= 자원/식량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생산 및 유통까지 막혀버리자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자 멀리 떨어진 서울의 어느 동네 떡볶이 집은 식용류 값 감당이 안돼 휴업을 선포하기도 했다.
전쟁은 인류 시계열상 특별한 이벤트에 속한다. 이에 비교하자면 기후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계속되는 끔찍한 이벤트'다.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로 이어진다. 한정된 자원, 늘어나는 인구 등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필요한 분야는 다름 아닌 농업이다.
2021년 세계식량기구 FA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의 최대 40%가 해충으로 인해 손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식물 질병(plant diseases)으로 세계 경제에 22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침입성 곤충(invasive insects)으로 인해 최소 7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처럼 농작물을 황폐화시키는 해충이 기후 변화 영향으로 더욱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고, 일부 해충의 숙주 범위와 지리적 분포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팀에 따르면 '한 번의 비정상적인 따뜻한 겨울만'으로도 침입성 해충이 서식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 https://www.fao.org/documents/card/en/c/cb4769en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 마리아 로도비카 굴리노 교수 연구팀]
농업인들을 괴롭히는 건 해충만이 아니다. 빈번해지는 가뭄 속에서 (귀한)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 비료의 종류, 제초제의 양 등을 매해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고 동시에 이 모든 걸 견뎌내야 하는 토양의 건강과 면적도 생각해야 한다.
2019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경작할 수 있는 토지는 세계적으로 약 4%에 불과한 반면 향후 늘어날 15-20억 명(2050년 약 100억명 전제)까지 감안하며 식량 생산량은 60% 증가해야 한다. 인구 증가는 도시(건물)의 확장을 의미하며, 이는 곧 농지 크기의 감소를 의미한다.
[+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2050년경 세계 인구가 86억명으로 정점을 찍고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조사됐다.]
#. 인공지능, 파트너가 되다.
전세계적으로 수 백개에 이르는 농업 관련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농사 짓는 곳에서 매일 생성되는 온도, 토양, 물 사용량, 기상 조건 등에 관한 수 천 개의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모델에 접목시킨다. 이를 이용해 적절한 파종 시기, 작물 선택, 수확량 증대를 위한 씨앗 선택 등과 같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I 기술은 식물의 질병, 해충, 농장의 영양 부족을 감지하는 데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잡초를 감지하고 표적으로 삼은 다음 해당 지역에 어떤 제초제를 뿌릴지 결정해서 제초제 사용/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일부 스타트업은 작물에 뿌려지는 화학 물질의 80%를 제거하고 제초제 비용을 90%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서 이미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컴퓨터 비전 모델을 학습시켜 작물 성장과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도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농부들은 AI를 통해 폭풍우나 가뭄과 같은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물 공급량을 변경하거나 캐노피를 설치하며 작물을 보호할 수 있었다.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비디오, IoT 센서, 컴퓨터 비전 기술 또는 이미지/빛을 캡처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해 생산, 운영 및 유통 등 전 과정을 개선시키고 있다.
AIGEN 홈페이지
2020년 미국 씨애틀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아이젠>이 지난 6월 인공지능(AI) 로봇 아이젠 엘리먼트(Aigen Element)를 출시하자, 하루만에 3년치 주문이 마감됐다. 이 로봇은 제초 작업에 투입된다. 미국에서만 연간 41만 톤의 제초제가 사용되고 비용은 에이커당 100달러 이상이다. 무엇보다 제초제는 토양과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로 가동되는 이 로봇은 일반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고, 잡초가 식별되면 로봇팔로 제거한다. 공동설립자인 리치 우르덴은 과거 테슬라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라고 한다.
2015년 독일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PEAT>는 Plantix라는 앱을 만들었다. 아마존 숲에서 신혼여행을 하던 부부는 이미지 인식과 머신러닝을 사용해 농작물을 보호하는 방법을 구상했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개발된 앱은 2020년 현재 인도(인도 인구의 70% 농촌지역 거주)에서 2500만 건 다운로드, 매년 천 만 명 이상 사용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식물의 질병, 해충, 영양 결핍을 식별하고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살충제 사용을 방지한다.
인도는 다양한 식생대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얻어야 하는 자료를 한번에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도 농부들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받은 스타트업은 또 빠르게 기술을 개발한다.
#. 이 글의 시작은 사실, '딸기'였다.
딸기는 여느 과일처럼 날씨에도 민감하지만 생김새가 말해주듯 따내는 과정부터 보관, 유통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딸기의 약 90%를 생산하는 곳이다. 하지만 심각한 가뭄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 Tortuga AgTechd는 (CBS News 표현을 빌리자면) 딸기 로봇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딸기의 질감과 색상을 감지하는 카메라로 스스로 생각하도록 프로그래밍 돼있다.
공동설립자 에릭 아담슨은 "사람들은 로봇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로봇은 매우 새로운 기술이며 특히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은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 로봇은 기존 방식보다 물을 최대 90%까지 적게 사용할 수 있는 수경 재배(hydroponic field) 방식 농장에서 '일한다'. 인력 부족 사태를 로봇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
더불어 밭에서 일하던 누군가는 이 로봇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CBS가 만난 장폴 로드리게스라는 노동자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로봇을 관리한다며 자신의 일이 'cool '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담슨은 "더 많은 임금과 높은 기술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딸기 뿐만 아니라 포도, 고추, 오이, 블랙베리, 라즈베리 생산에도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딸기 로봇 구경하실 분, 클릭. CBS news ]
https://www.cbsnews.com/news/robots-pick-strawberries-california/
< '기후, AI와 만났을 때' 이야기들>
https://alook.so/posts/G1t9q77 (① AI+소재)
https://alook.so/posts/o7t07mP (② AI+빌딩)
https://alook.so/posts/rDtwX7P (③ AI+선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