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
러닝의 사전적 의미는 워킹보다 빠르게 뛰는 것을 말한다. 나의 러닝은 주로 5~10Km 정도의 러닝이다.
5Km는 장거리로 치기는 사람에 따라서 좀 애매할 수는 있지만, 러닝을 하지 않는 사람 기준에서는 꽤나 장거리에 해당한다.
러닝을 안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긴 거리를 자꾸 뛰느냐고 궁금해 한다. 하지만 러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첫번째로 시간적인 이유이다. 나의 경우 5Km를 적절히 뛰면 1Km 당 6분 정도의 페이스로 뛰게 된다. 그러면 총 시간은 약 30분 내외이다. 보통 본격적인 러닝을 위해 워밍업하는 시간과 돌아오면서 몸을 풀어주는 시간들을 모두 합치면 총 1시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5Km 이하는 러닝 시간이 20분 이하가 되기 때문에 집중하는 시간이 적어지고 전체적으로 운동하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 운동시간이 적게 확보되거나, 몸이 아프거나, 뛰는 중간에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껴질때, 비가 심하게 올때 등 - 가 아니라면 최소 5Km의 러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5Km 러닝은 운동시간이 적절하고 다음날에도 부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주 뛰는 거리인 것 같다.
두번째 이유는 성취감과 재미이다. 사실 내 기준으로 가장 운동도 많이 되고 재미 면에서도 좋은 거리는10Km 러닝이라 말할 수 있다. 10Km 러닝은 나름대로 마라톤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페이스로 - 또는 계획한 페이스대로 - 뛰어야만 좋은 기록이 나온다. 10Km 거리부터는 무산소와 근력보다는 근지구력과 심폐능력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면서 전체적인 코스를 운영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나의 체력 - 심폐능력, 근지구력 등 - 을 조절해가면서 막판에 스퍼트하는 재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집중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서 달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게되는 영역이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가끔 지인들이 그렇게 달릴때는 무슨생각을 하면서 달리느냐, 음악을 듣고 달리느냐 물어보는데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어 당연히 음악을 듣지 않을 뿐더러,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바보처럼 제대로된 답을 하지 못한다. 달릴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진짜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마치 싶은 명상에 빠져든 상태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명상에 들기 위해서는 호흡에만 집중하여 어떠한 생각들도 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곤 하는데, 장거리 러닝을 뛰면 이러한 상태랑 유사한 것 같다.
그렇게 집중해서 달리고 나면 머리, 가슴, 몸이 모두 홀가분해진다.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영혼이 잠시 빠져나가 깨끗한 정신으로 다시 육체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세번째 이유는 길게 달리면 달릴수록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효과가 있다. 이 효과는 두번째 이유의 연장선상인데, 약간 달라서 세번째 이유로 배치했다.
길게 달리면 달릴수록 내가 누구인지를 잊게 된다. 경험상 10Km 이상의 러닝을 할 때 그런 효과가 가장 크게 있다. 특히 하프마라톤을 뛸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15Km 이상의 영역이 오면 하프를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한다.
어느날 과천에서 양재천, 탄천, 잠실운동장, 올림픽공원까지 21Km를 뛰었다. 5Km가 넘어가자 워밍업이 완료되고 편안하게 600페이스 - 1Km 당 6분 00초의 속도로 달리는 것을 말한다 - 를 유지하면서 21Km를 달렸다. 2시간의 시간동안 양재천의 물, 손끝을 스치는 풀잎, 새들, 같이 뛰는 이름모를 러너들,
하늘위의 구름, 시원한 바람, 보이는 모든 것들 - 자연, 그리고 그밖에 모든것들과 동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장거리 러닝을 하는 동안 내 자신에 집중하는 동시에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을 수 있다.
내 자신을 잊는게 뭐가 좋냐고? 그건 솔직히 설명이 불가능하니 잠시 잊어보면 알 수 있다. 다만 하프마라톤 이상의 경우 중간에 보급(최소한 급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불가능하고, 겨울엔 추워 부상위험이 있으니, 봄과 가을이 최적이다. 하프 정도의 구간은 셀프 급수로 혼자 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경우에는 더 많은 급수와 보급이 필요해 혼자 뛰긴 무리이고 마라톤 대회나 동호회를 통해 뛰어야 한다. 아직 코로나 등으로 대회 참가를 못해서 풀코스를 못 뛰었다. 그러나 풀코스는 몸에 부하가 심해 건강상 하프마라톤 정도가 가장 적절한 장거리 러닝일 것 같다.
장거리 러닝을 통해서 일상 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도 찾고,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만을 위한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