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정제유의 함정
요즘 건강한 식생활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름, 다시 말해 '어떤 지방을 요리에 써야 할까'라는 주제가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식물성이라는 말만 붙으면 괜찮은 줄 알았다. 식물성은 곧, 건강하다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콩기름같은 식물성 기름이 사실은 고도로 정제되고 가공된 식품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을 꺼리기 시작했다.
정제 식물성 기름은, 대부분 씨앗과 곡물에서 기름을 짜내는 과정에서 고온 압착과 '헥산(hexane)'이라는 화학 용매를 사용한다. 이후 탈색, 탈취, 정제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맑고 투명한 기름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 그대로의 영양은 거의 사라진다. 항산화 성분, 미네랄, 비타민 등은 파괴되고, 산화되기 쉬운 불안정한 지방만 남는다. 특히 이런 기름들은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아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지방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가공 방식이 큰 문제다.
나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오리기름, 코코넛오일, 버터 이 네 가지를 요리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각각의 용도는 아래와 같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간단한 볶음 요리나 생으로 먹는 음식에 자주 사용한다.
항상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오리기름
최근 들어 자주 사용하는 지방이다. 전을 부치거나 고온에서 오래 조리할 때 즐겨 사용하고있다. (고온 조리 가능한) 기버터를 사용 했었지만, 둘째 아이가 버터 향을 유난히 싫어해 대신 오리기름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연적인 풍미가 좋고, 조리 시 바삭함이 살아나는 장점이 있다.
**렌더링된 오리기름
렌더링이란?
오리 껍질이나 지방을 천천히 가열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기름만 추출하는 과정
장점
풍부하고 고소한 풍미
높은 발연점 (약 190–200°C) – 전, 구이, 볶음에 적합
겉바속촉 식감 가능
비교적 안정적인 지방 구조- 오리기름은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의 균형이 잘 잡혀있다. 가공되지 않은 동물성 기름이라는 점에서 정제 식물성유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코코넛오일
베이킹과 와플 & 팬케이크 등 아침 메뉴에 많이 사용한다. 코코넛 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빵 종류에 넣으면 부담 없이 은은한 향과 풍미가 좋다. 정제되지 않은 버진 코코넛오일을 사용한다.
버터
주로 어디에 발라 먹거나 녹여서 음식에 사용한다. (쉬운예: 메쉬드 포테이토) 유럽산 버터가 지방 함량이 높고대체로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제품은 소를 어떻게 키웠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입할 때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보고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제품을 고르려고 한다.
기름은 요리의 기본 바탕이다. 내가 외식을 자주 안 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저렴한 오일을 선택할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지방은 요리의 향을 만들고, 식감을 더하고, 무엇보다 우리 몸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사용된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반드시 유기농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름 하나를 고를 때에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식탁은 조금 더 클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