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순함 속에서 찾은 깊은 맛

나는 더 이상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by Mindful Clara

요즘 많은 가정에서 간편하게 맛을 내는 조미료는 필수처럼 자리 잡았다. 육수, 참치액, 다목적 조미료, 치킨스톡 같은 것들이 인기다. (비건 조미료 등 식단에 맞춘 제품들도 점점 더 구체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다.) 밖에서 먹는 맛을 편리하게 재현해낼 수 있는 마라소스 같은 소스·양념류도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오른다.


나 역시 한때는 궁금한 마음에 유행하는 것은 구입해 사용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이 가지 않았다. 천연 재료 위주의 요리를 하다 보니, 그 안에서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가공제품들은 냉장고 구석에 남겨지게 되었고, 지금은 천연 재료 속에서 그 맛을 찾게 되었다.


처음엔 천연 재료만으로 맛을 낸다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과하게 재료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예를들면 소스 하나 만들겠다고 과일을 몇 가지나 섞어 넣거나, 육수에 수십 가지 재료를 넣는 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중요한 것은 ‘많은 재료’가 아니라 ‘좋은 재료의 균형있는 사용’이었다. 오히려 단순하고 좋은 원료 몇 가지를 제대로 조합하는 게 더 깊고 깨끗한 맛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요즘 내가 요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기본적인 양념재료들이다. 소금, 식초, 오일, 간장, 액젓, 장류등 맛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들.

바다소금, 죽염같은 정통가공소금, 암염, 호수/광천소금등, 자연 소금의 종류만해도 아주 다양하다. 이런 것들에 대해 배우는 것은 새로운 조미료를 탐색하는 것 보다 훨씬 재미난 일이 되었다. 맛소금 대신 천연 소금을 요리에 사용하면 음식이 훨씬 깨끗하게 살아난다

전통 방식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진 간장, 불필요한 첨가물이나 향이 들어가지 않은 클래식식초들 (와인식초, 발사믹식초, 쉐리와인식초, 사과식초등), 그리고 다양한 산지에서 생산되는 올리브 오일 같은 기본 재료를 밑바탕으로 요리를한다. 신선한 채소 & 고기류와 천연 기본 양념이 만나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액젓도 마찬가지다. 한때 참치액이 등장해서 대 히트를 치자, 나 역시 구입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마트를 찾았다. 하지만 웬걸, 원료명 리스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액젓류라기 보다는 수십가지의 원료가 들어있는 화학 조미료에 가까웠다. 단순히 생선과 소금으로만 담근 액젓이 결코 참치액에 뒤지지 않는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군더더기 없는 재료일수록 더 고급스러운 맛을 준다는 걸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


물론 음식맛에 중요한 건 원재료 뿐이 아니다. 타이밍, 불 조절, 맛의 균형 잡기 같은 요리 스킬이다. (요리 전문가가 왜 있겠는가..)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질 좋은 천연 재료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가공 양념과 소스를 찾아 헤매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전 세계의 다양한 오일, 장류, 소금, 식초를 맛보는 일에 더 관심이 있다. 한국을 방문할 때면 꼭 사 오는 것이 있다. 전통 방식으로 담근 간장과 된장, 그리고 저온 압착 들기름. 내게는 최고의 쇼핑 아이템이다. 그 깨끗하면서도 깊은 맛이야말로 진짜 고급스러운 맛이라고 믿는다. 건강에도 좋고, 무엇보다 함께 가는 재료의 맛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요리 철학은 단순함 속에서 깊이를 찾는 것이다.

keyword
이전 23화누군가의 삶에 씨앗을 심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