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마음으로...
오늘 아침, 아이들 등교길에 자전거를 타고 함께했다. 아이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학교까지는 1km 조금 넘는 거리이다. 큰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고 주택가 안쪽을 지나는 제법 안전한 길이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35-38c/95f-100f 까지 치솟던 더위는 주말에 내린 비와함께 어느정도 물러가고, 오늘아침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둘째는 이번에 킨더가튼(초등학교에 포함된 1학년 전 과정)에 들어갔다. 아직 네발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데, 얕은 내리막길만 나타나도 겁을 내며 멈추거나 되돌아가곤 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늘 아이를 재촉했다.
"왜 자꾸 멈추는거야! 별거 아니라고! 그냥가! 늦겠어! 왜 또 멈춰!!" 쉴새없이 쪼아(?)댔다.....
그런데 몇 주의 시간이 지나자 아이의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직 두발자전거 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브레이크를 컨트롤하며 스스로 방향을 잡고 속도를내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해도 무표정으로 덤덤하고 천천히 제 갈길을 가더니, 이제 스스로에게 조금의 확신이 생긴 듯 하다.
안절부절 못하며 조급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 주는데....
자전거 뿐만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모든 일에 '나는 왜 늘 재촉만 했을까' 싶다. 둘째는 아침밥을 천천히 먹고, 바쁜 와중에 엉뚱한 질문을 하고, 양치질도 어슬렁어슬렁, 신발 신는 것도 굼뜬 아이이다. 아직 5살이니까... 결국 이 시기도 금방 지나갈 테고 아이는 스스로 다 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학기 초만 해도 등 하교 길에 땀으로 흠뻑 젖곤 했는데,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으니 더위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있다. 내가 조바심을 내든 짜증을 내든,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저 조금 더 느긋하게 지내보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열심히 패달을 밟으며 돌아오는 길, 상쾌함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아이들 덕분에 이렇게 즐거운 아침운동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