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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9개월, 아침이 선물이 되다

by Mindful Clara

금주 9개월

9개월째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놀랍게도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9-10도짜리 Haze IPA 맥주, 작년 유럽 여행 후 한 껏 심취해 있었던 와인들....원없이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보면 그 순간의 즐거움보다, 다음 날 찾아올 피곤함과 탈수감이 먼저 떠오른다.

내 안에서 술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실감한다.


즐거움의 그림자

술이 몸에 들어올때, 그 쌉쌀한 맛과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나는 음식과 함께 먹는 술보다 술 자체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선호했다. 빈속에 술..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습관이라는 걸 알고있다.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내나이40을 넘긴 시점부터)그 뒤에 이어지는 몽롱한 정신, 탈수증상, 입 안의 텁텁함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음주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때마다, 그 개운하지 않은 기분에 잠을 설쳤다. 입과 손발이 바짝바짝 마르고, 심박수가 상승했다. 부정적인 경험이 반복되었다. 나는 결국 술의 즐거움은 순간적이지만, 그 대가는 불면증과 피로로 길게 남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아침의 선물

술을 끊으면서 얻은 건 술을 마실 때의 즐거움 보다 훨씬 더 가치있었다. 늦지 않은 시간에 맑은 정신과 쾌적한 기분으로 잠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눈을 뜨는 것.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순간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이틀에 한번 오전 달리기를 하는데,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달리는 순간은 참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듦조차 기대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변화이다.


온전한 정신을 즐기다.

사실, 나의 금주결심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오전달리기의 즐거움, 새벽의 자유시간, 기억력 저하/치매에 대한 예방목적등. 단순히 하루아침에 '술은 몸에 안 좋으니까 금주해야지!' 선언 하며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든 술을 끊어야 될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면, 그런데 결단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나처럼 이유를 정리해보길 권한다. 술을 안 마실 때 삶에서 좋아지는 부분들, 술을 마셨을 때 힘들어지는 부분들. 그리고 그 기분을 계속적으로 상상하고 느껴보길 바란다.

*지금 나의 경우 맥주 2잔을 상상하면 손발이 붓고 건조해지며 결국 목이 마르는 기분이 느껴진다. 반면에 일찍자고 가뿐하게 기상해서 오전달리기를 하는 상상을 하면 그 후에 마시는 시원하고 청량한 물맛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된다.

금주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아침의 자유’다. 술을 끊자 아침 기상이 훨씬 수월해졌고, 덕분에 늘 부담이었던아침 달리기마저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술 생각이 나지 않고, 계속 이 또렷한 정신을 즐기며 생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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