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길러낸 자신감
나는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열한 살과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40대 초반의 프리랜서 엄마다. 남편도 집에서 일하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자주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아이들 도시락을 포함한 온 가족 세 끼 식사는 온전히 내 몫이다. 매일같이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그것은 내 기쁨이다. 귀찮음이 아니라 우선순위다.
나는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쓴다. 예전 전공을 살려 가끔은 바이올린도 가르친다. 그리고 나의 건강 요리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하고 싶다면 영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느리지만 꾸준히 쌓아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일에 쓸 시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내 삶은 가족 중심으로, 나의 꿈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코로나 이전의 나는 지금과 달랐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서, 끝없이 타인을 통해 찾아 헤맸다. 작은 일에도 쉽게 서운해하고, 늘 공허함을 느꼈다. 중심이 없었고 매번 흔들렸다.
둘째를 낳고 난 후 달리기, 글쓰기, 유튜브를 위한 음식 공부 등 나를 위한 일들을 하나씩 꾸준히 시작하면서,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지듯 내 삶은 하나씩 제 자리를 찾고 있다.
나는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면 즐겁지만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좋은 사람도 가끔만 보고, 부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은 아예 삶에서 제외시켰다. 나의 에너지를 헛되이 쓰고 싶지 않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확인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감이 생긴다. 그 시간이 만든 힘이 나를 더 너그럽게 만들고,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게 한다. 정서적으로 여유를 풍기는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늘 갈고닦아야 한다.
나는 마흔 언저리에 와서야 정신을 차렸다. 늦은 것 같았지만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를 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는 천천히 꾸준하게 내 길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