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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ul Clara May 03. 2024

운동 취향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운동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본인이 골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푹 빠져서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는 분들도 많이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인기있는 골프를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생각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취향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먹는 것, 입는 것, 쇼핑, 휴가 등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취향이 들어간다. 취향 이라는 것은 오랜시간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내가 러닝을 시작하고 이 운동이 나와 잘 맞는거 같다고 느끼게 되면서 운동에도 취향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운동 종목을 결정할까?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필요에 의해 결정하지 않을까싶다. (딱히 좋아하고 즐기는 운동없이 어린/젊은 시절을 다 보내버린 나의 기준이다.) 취미로 운동을 즐긴다는건 내 삶에 없었으니...  


예를 들면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갔는데 근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헬스장에 등록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근력을 발전시키는 위주의 운동을 하게된다. 유연성이 부족하고 균형감각이 떨어진다면 요가나 필라테스 클래스를.. 체중이 많이 나가서 운동할 때 관절이 걱정 된다면  수영도 자주 추천받는 운동중 하나이다. 


나도 약간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운동 클래스를 맛본 경험이 많다. 근력과 체력을 키운다며 헬스장 등록부터..어릴적부터 몸 유연한 사람이 그렇게도 부러웠던 나는 요가 클래스도 드문드문 드나들었다. 몸에도 좋다고 하니 안 해볼 이유가 없었다. 살아가는데 수영은 기본이라고 하니 동네 체육센터에서 수영 강습도 받아보았다. 


요즘 젊은 층의 20-30대(20-40대?)가 특정 운동 종목을 선택하는 이유를 보면 물론 건강을 위해서가 첫번째일 것이다. 아닌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한다.) 따르는 구실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스트레스 완화, 재미, 운동 기어 쇼핑의 만족감 (스스로의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 상당히 큰 부분인 것 같아 놀라울 정도이다!), 소속감, 배움등. 


기준에서 가장 크게 관찰한 점은 운동을 통한 소셜 활동과 그 운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며 이러한 생각을 하며 운동한다.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는걸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러닝의 예를 들어보자. 2024년의 러닝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스포츠이다. 엄청나게 생겨난 러닝 크루들(한국은 유행을 더 크고 빠르게 탄다). 국제 메이저 마라톤 대회만 해도 그전과는 엄청난 차이로 신청률이 폭발하고 있다. 크루에서 사람들을 만나 재밌게 교류하고 운동도 한다. 소셜 미디어 인증을 위해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은 필수이다. 뛴 거리를 매번 기록해서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하면 성취감마저 배가된다. (기록 용으로 나도 하고있다. 공표를 함으로써 꾸준할 수 있게  도움받는 느낌이라 장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방문때 한번 참가해 본 러닝클럽. 매주 훈련마다 사진을 메인으로 찍어주는 회원들이 있다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구 필라테스. 난 유튜브 무료 매트 필라테스를 즐겨한다.^^

최근 한국 인터넷 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status) 보여주기 위해 본인이 하는 운동 종목을 선택한다.  나는 이정도를 벌고 특정 수준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사람이니 이런이런 운동을 해야한다. 처럼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골프나 필라테스이다. 둘다 다른 운동에 비해 돈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운동으로 여겨진다. 골프는 예전부터 그래왔고 필라테스는 경제적으로 꽤나 넉넉하고 몸매 관리에 관심있는 여자분들은 다들 시도해보는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2년 전 한국 방문때 건물마다 1-2개씩 있는 필라테스 간판이 놀라웠다. 필라테스의 대 유행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필라테스 기구위에 예쁜 운동복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여자분들을 찾는게 어렵지 않다. 한때는 러닝을 시작해서 나름 열심히 해보고 있는 나에게 필라테스를 해야지 왜 러닝을 하냐고 얘기하는 지인 분도 계셨다. 유튜브 채널을(소셜미디어를) 키우고 싶어하는 나에게 고급 이미지를 제안하신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운동을 보고 내 삶의 전반을 재빠르게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외에  스케쥴, 편의성, 금전적 문제들. 많은 요소들이 선택의 이유로 작용한다.


여기까지 적어보니 사람들은 참 다양한 이유로 본인이 하는 운동을 결정 한다. 유행에 대해서 얘기한 부분이 내가 느끼기에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작은 땅 덩어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더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어린시절과 20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는 것이다. 마음 속 깊이 나를 들여다 볼줄도 몰랐고,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모든 결정에서 내 성격과 성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무시했다고 하는게 맞을 수도 있다. 


필요성을 느껴서 운동을 시작한 적도 있지만 더 깊숙히 들여다 보면, 남들 다 하니까... 내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 등 내면의 불안함과 부추김이 나의 선택에 한몫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늘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우연히 시작하게된 러닝이 나에게 어느정도의 답을 주었다. 

어린 아이를 육아하며 지루한 교외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운동 옵션이 주변에 많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를 보는 일 때문에 집을 오래 떠나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시절 뭔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일이 필요하기도 했고.. 나는 밖에나가서 뛰는 일을 선택했다. 그리고 뛰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운동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과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뛰는 것이 왠지 즐겁다. 왜 즐거운가? 고요함이 좋고 새소리가 아름답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갖을 수 있는 것이 좋다. 몸은 움직이지만 에너지의 상승을 느꼈다.


그리고 단체러닝/러닝크루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근처 러닝 클럽도 나가보고 한국 방문때 그룹 러닝도 참가해 보았다. 물론 즐겁다. 새로운 경험도 하고 나와는 다른 백 그라운드의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건 즐거운 일이다. 체계적인 훈련등 장점도 많았다.


두가지의 경험을 해본후 나의 에너지가 밖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많았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운동으로써 나에게 조금더 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혼자 달리는 쪽이다. 

*1-2주 한번의 장거리 러닝은 3-4명의 러닝 친구들과 함께한다. 긴 시간이라 지루하기도 하고 페이스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운동이라는 것을 할때 우선 순위는 운동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고 에너지를 얻고 응원을 받을때도 있다. 다 좋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뛰지 못한다든지 운동 외 다른 재미에 과하게 의존 한다는 것은 운동 자체를 오랜시간 지속 시키기 힘든 상황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다. 왜냐하면 결정권이 나에게 없기 때문이다.


취향을 기반으로 하고자 하는 운동을 찾을때는 자신의 성격을 가장 먼저 생각해 보는게 좋을 것이다. 나는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는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가. 나의 에너지는 어떤 상황에서 상승하는가. 건강을 돌보고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하는 운동인데 그 시간마저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사람으로 인해 기가 빨리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잦은 만남을 즐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과 만나서 하는 대화등  사소한 행위들이 모두 에너지를 쓰는 일이 되어 버린다. 너무 예민한가? 나같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을 혼자하는 것이 나에게는 정신적인 휴식이다.

내가 하는 이 운동이 나에게 어떠한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가.. 그 운동의 행위 자체가 재미있는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는가..? 그저 한번쯤은 조용히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라면 골프같은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운동 동호회등 소셜 활동을 하며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듯 하다. 다들 운동에 기대하는 목적과 결과도 다르니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므로 본인을 주변에 맞추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나의 10-20대 (30대 초반까지도)는 대중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라고 착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할 것 같고 일방적으로 주입된 것이 내 생각이라고 믿던 시간이었다. 


내 삶이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국에 살았던 나의 어린시절은 남의 취향을 열심히 쫓던 시간이었다.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마음 속 깊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껴보며 이제는 나의 취향에 맞는 것들로 내 인생을 채워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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