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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May 05.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쑥버무리 만들기

봄이 가는 것이 아쉽다면

쑥버무리가 먹고 싶었다. 

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설까. 왜 봄이 다 지나간 5월이나 돼서야 쑥버무리가 이토록 간절해지는 건지.


이상하다. 나는 쑥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릴 때 엄마가 쑥국을 끓이면 쑥의 씁쓸한 맛이 싫었다. 쑥과 국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쑥버무리를 만들어주면 기어이 쑥을 빼고 먹었다. (먹지를 말지...) 그러면서도 쑥 향이 배인 포슬포슬한 쌀의 맛이 좋아서 자꾸만 손이 갔다. 


봄이 오자 마트와 시장에서 쑥이 보였다. 작고 귀여운 쑥은 봄이 왔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점점 많이 보였다. 나는 자꾸만 쑥에게 눈길이 갔다. 

지난달 부터는 떡집을 지날 때마다 쑥버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는 아닌데 몸이 쑥을 찾는다. 


쑥은 월경 주기를 조절하고 생리통을 완화시켜주는 등 여성 건강에 좋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 혈액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에 좋다. (갱년기가 되어가는 내 몸과 쑥의 영양성분은 맞아 떨어진다.)


5월의 첫날, 여름이 오려는 듯 더웠다. 내 몸은 봄이 가기 전에 쑥버무리를 꼭 먹고 싶었는지 떡집을 지나치지 못했다. 쑥버무리 한 팩을 샀다. 떡순이인 내가 떡집에서 쑥버무리를 산 건 처음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쑥 버무리를 손으로 뜯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이 맛이 아니야.’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쑥버무리는 쑥 향이 가득하고 떡은 포슬포슬했다. 

떡집의 쑥버무리는 쑥 향은 없고 쑥은 적었다. 쑥은 질기고 떡은 너무 찰졌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쑥 버무리 만드는 법을 여쭈었다. 

“엄청 쉬워. 쑥을 쌀가루에 묻혀서 찌면 돼.”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당장 만들어보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았다.

‘재래시장이니까 분명 쑥이 있을 거야.’


가장 규모가 큰 야채가게로 갔다.

“3~4월에나 팔았지. 쑥은 이제 안 팔아요. 파는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봐요.”

없다고 하니 더 간절해진다. 쑥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시장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쑥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쑥 찾기를 포기하고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쑥이다.”

마트 앞에 있는 야채 가게에서 쑥을 발견했다. ‘쑥 3천 원’ 이름표를 보고 쑥 더미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돌아오는 길에 떡집에 들러서 멥쌀가루 한 봉지도 샀다. 


집에 오자마자 쑥을 손질했다. 질겨 보이는 줄기는 떼고 부드러운 입만 남겼다. 쑥을 손질하는 데 한참이 걸렸지만 쑥을 만질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향긋한 쑥 향이 아로마였다. 보들보들한 쑥을 만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서 15분 찌니 쑥버무리는 완성되었다.

쑥버무리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맛은 어떨까. 

"그래, 이 맛이야."

쑥 향이 입안에 가득 번진다. 포슬포슬한 식감이 어릴 적 먹던 그 쑥버무리와 비슷하다. 남편도 맛있다고 칭찬해 준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쑥버무리 만들기


쌀가루 300그램, 쑥 150그램, 설탕 15그램(쌀가루의 5~10%) 준비한다. 


1. 손질해서 씻은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준다.(그래서 쑥버무리입니다.)


2. 찜기 위에 면 보를 올리고 쌀가루 한 줌 바닥에 뿌린다. 


3. 버무린 쑥을 올린다. 


4. 남은 쌀가루를 모두 넣고 면포로 덮는다. 


5. 끓는 물에 찜기를 넣어 15분 찌고 1분 뜸 들인다. 


쑥버무리는 손으로 뜯어 먹어야 제 맛이니 예쁘게 모양낼 필요도 없다. 버물 버물 만든 자연스럽고 소박한 비주얼이 좋다. 


봄이 가기 전에 붙잡은 쑥 먹고 기운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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