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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명 Jun 18. 2024

건강하니 행복이 따라와요.

영웅시대 마라토너 이효명.

오늘은 저의 마라톤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마라톤 인터뷰 하실 분이 없으면 저의 이야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지는 몰랐네요. 여러분들의 참여가 소중합니다. 제 주변분들 연락드릴게요. 거절하지 마시고 인터뷰 응해주세요~     


저의 마라톤 이야기는 다이어트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제 키가 172센티 가까이 되는데 57킬로 아름다운 몸무게로 결혼을 하고 육아로 인해 약 20킬로 정도가 증가되었어요. 그 몸무게로 7년을 살아오니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죠. 어느 날 발목이 이유 없이 빨갛게 부어올랐어요. 동네 병원에 가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큰 병원은 당장 예약도 어려우니 입원이 가능한 근처 병원으로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당장 입원해야 한다며, 염증 수치를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때 믿기지 않아 선생님께 나는 오늘은 일을 해야 하니 입원을 할 수 없다고 말했죠. 선생님이 당황하시면서 지금 당장 죽음이 앞에 있는데 일이 중요하냐며, 목숨보다 뭐가 더 소중한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그 말을 듣는데 머리에 뭔가를 “띵”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출근을 하고도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어요. 오후에 다행히 염증 수치는 약만 먹어도 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당시 코로나 시기여서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오면 ‘하루아침에 사람이 죽는 건 시간문제구나’라는 생각은 늘 했었어요. 그날따라 의사 선생님의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그 뒤로 또 발가락 사이에 염증이 한 번 더 생겼어요. 왜 자꾸 염증이 생기는지 혹시 살이 쪄서 그런 건지 선생님께 물어보니 가능성이 있다고 했죠. 다이어트가 시급한 상황이었어요. 죽을 각오로 다이어트 한번 해보자고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했습니다. 셰이커, 황제, 원푸드 다이어트, 굶기, 등 나이가 드니 살은 죽어라 빠지지 않아요. 마침 동네에 개업한 한의원에서 다이어트 약을 저렴하게 팔았어요. 내 인생 마지막으로 한약 도움을 받아보자!! 처음엔 부작용 때문에 잠도 안 오고 심장도 더 심하게 뛰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마다 한의원에 전화를 하고 여러 조언을 받았죠. 한약이 효과가 좋아 몸무게가 석 달만에 10킬로 정도 감량을 했습니다. 다시 석 달을 더 등록했고 한약만 9개월을 먹었죠. 몸무게는 안정이 되었는데 저녁을 많이 먹은 어느 날이었어요. 제가 막 급하게 한약을 찾아 손에 털어 넣고 입으로 환을 먹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문득 ‘아~중독이구나.’ 느낌, 당시 손이 약간 떨렸거든요. 그리고 과식한 날, 한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했어요. ‘평생 한약을 먹어서 유지할 수는 없겠구나. 이제는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운동을 하자고 다짐했는데 요가, 줌바, 필라테스, 등 보통 일반 여성들이 하는 운동은 모두 실패했었고 나에게 맞는 운동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요. 제가 걷기 시작하고 얼마 후 카카오 톡에서 아는 지인들끼리 걷기 인증 모임을 만들었어요. 매일 6 천보씩 걷고 인증하기를 시작했어요. 다른 멤버들이 만보도 걷고 주말에는 이만 보도 걸을 때면 박수도 쳐주고 응원도 해줬어요. 어느 날 나도 만보를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걸었죠. 응원과 박수를 받았지만 다음 날 다리가 너무 뻐근하고 아팠어요. 그런데 또 회복해야 한다고 다음날도 5 천보 정도는 걸으라는 거예요. 그렇게 걷기만 2달 정도를 했어요. 최대 2만보까지도 걸었어요. 당시 임영웅 음악이 신의 한 수였죠. 비 온 후 밖에서 듣는 임영웅의 목소리는 환상적이었거든요. 그가 부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걸어가고 싶었어요. 계절이 바뀌고 선선한 바람이 불자 매일 걷던 길을 뛰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마라톤은 그전부터 계속 생각만 했던 거라. 운명이었는지 그전부터 유독 마라톤 대회들을 인터넷 기사로 많이 접했어요. 하지만 당시에 주변에서 다들 말려 시작을 못했어요. 이제는 내 인생인데 그냥 뛰자며 막무가내 정신이 발휘되었죠. 인생 별거 있나요. 그냥 해보는 거죠. 당시 걷기 인증 어플 <러너블>에 올림픽데이 런 5킬로를 무작정 신청했어요. 일단 대회를 신청하니 뛰려는 마음이 생기긴 했죠. 연습 안 하면 죽는다고 해서 죽는 것보다는 연습하는 게 낫잖아요.     


동네 갈매천을 처음 뛰기로 마음만 먹었지 뭐가 되나요. 무작정 걷고 뛰고 걷고 뛰고를 반복했어요. 그런데 5킬로를 걷뛰 하나 6 천보 정도밖에 안되더라고요. 매번 걷던 걸음수고 마라톤에서 걸어도 된다고 하니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당시 동네 언니와 동생과 함께 술을 먹다가 이 두 분도 함께 대회를 신청하고 내 인생 마라톤의 첫 역사를 그들과 함께 시작했어요. 당시 언니가 엄청 열심히 연습을 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전 처음 5킬로 대회에서 1킬로만 뛰고 4킬로는 걸을 생각이었는데 그 언니가 마라톤은 뛰는 거라며 목표를 가지고 연습하라고 했죠. 그러고 보니 또 마라톤이 경보는 아니잖아요. 맞는 말 같아서 또 갈매천을 걷고 뛰고 연습했어요. 올림픽 데이 런이 2022년 첫 마라톤 대회였어요. 기록이 37분 55초.     


대회 날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니 수많은 마라토너들의 열정 때문에 정말 신이 났죠. 그 에너지 가득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다시 12월 초 혼자 손기정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어요. 그때도 5km 대회였죠. 풀, 하프, 10킬로 주자들이 다 출발하자 사회자가 편하게 5킬로 주자들을 설명했어요. “청바지 입고 아무 준비 없이 뛸 수 있는 부담 없는 키로수 5킬로! 오늘도 펀 런하세요.”

그 뒤로 다시는 5킬로를 신청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대회를 한번 다녀오면 대회 발 에너지가 제 삶을 가득 채웠어요. 한 곳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뛸까 그러면서 제가 같이 달리고 있는 거죠. 대회가 너무 재미있어 2023년 동아마라톤 대회 10km를 혼자 또 신청합니다.


대회를 신청해야 또 겨울에 운동할 목표가 생기니 시간 날 때마다 나가서 갈매천을 뛰었어요. 당시 동호회도 가입을 했는데 겨울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신기했어요. 그들만의 세계였지 저는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신기함만 가지고 동호회 활동은 하지 않았죠. 날이 좀 풀리지 슬슬 동호회도 다시 나가 몇 번 같이 뛰고 동아마라톤 10킬로를 갑니다. 큰 대회이고 도로를 달리니 정말 신나게 달렸어요. 힘이 들어 마지막에는 또 걷뛰걷뛰를 했죠. 결과는 1시간 15분. “걷뛰”가 아마 저를 상징하는 말이었어요. 동호회 연습 할 때도 계속 걷는다고 구박 많이 받았거든요. 마라톤은 걷는 게 아닌데 어쩌겠어요. 몸이 안 따라주는데......   


2023년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하남 나이트런, 블루마라톤, 군인마라톤, 양평마라톤, 강릉 런데이, 여성마라톤, 구리 마라톤, 동대문 마라톤 등 10킬로 대회를 계속 신청해서 즐겼어요. 작년 서울 달리기에서는 처음으로 하프를 성공했죠. 2시간 26분이었어요. 작년에 풀코스를 뛰고 싶었는데 아직 준비가 안되어 포기했죠. 마라톤 뛰다 죽기 싫었거든요. 2024년은 준비가 된 거 같아 올해 동아 마라톤을 풀코스를 신청하려니 기록이 없어서 취소당했어요. 아쉬웠지만 대신 응원을 가서 선수들이 들어오는 피니쉬 라인에 서있으니 또 다른 마음이었어요. 항상 피니쉬 라인에 서면 인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고 울컥 뭔가가 올라와요. 올해는 꼭 내년 동아마라톤을 위해 준비를 하자고 다짐했죠. 마라톤 대회 때 기록이 없어 취소당하지 말고 올해는 기록을 만들자고 해서 고구려 마라톤 10km를 1시간 이내 들어오기 목표로 잡고 올 초에 연습을 했어요. 사실 작년에 많은 대회를 참가했지만 1시간 언더로 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죠. 드디어 고구려 마라톤 때 59분 30초 기록을 세우고 이제 2025년 동아마라톤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네요. 오늘 접수였는데 실패했어요.(웃음) 추가접수에 성공해서 꼭 풀코스 뛰고 싶어요. 코스가 좋다고 하는데 직접 느껴봐야겠죠


당장 앞에 성공 못한 일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입니다. 현재 제마 풀코스 신청했고 춘천마라톤도 곧 신청하려고 합니다. 아직 두 개의 마라톤 중 어느 쪽에서 풀코스를 뛸지 결정을 못해서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듣고 하나 혹은 두 개 다는 초보가 불가능하겠죠? 이 글 읽으시는 분들 팁 좀 많이 주세요.     

마라톤은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운동인 거 같아요. 처음 10킬로도 못 뛰어 걷뛰 했던 제가 지금은 10킬로는 충분히 뛰고 있는 걸 보니 늘고 있는 건 맞는 거죠. 이번 달은 마일리지 150~200킬로를 목표로 연습하고 있어요. 하는 만큼 실력이 늘고 그 느는 실력이 눈에 보이는 게 좋아요. 제일 좋은 건 더 이상 몸무게에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조금은 신경 씁니다.) 염증도 안 생기고 뛰면서 건강 자체가 좋아진 게 느껴지고 다리에 근육들도 생기니 신기해요.     


제가 임영웅을 좋아해서 영웅시대 마라토너로서 인증을 많이 하는데요. 임영웅 콘서트를 전국에서 하잖아요.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지치지 않고 덕질도 즐길 수 있어요. 몸이 덜 피곤하니 짜증도 덜 내고 아이나 신랑한테도 화가 나는 상황이면 한번 뛰고 와요. 생각도 정리되기도 하고 좋아요. 영웅이가 계속 <건행>하라고 하는데 정말 건강하니 행복이 따라오는 거 같아요. 건강하고 안 아프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뤄 나갈 수 있는 꿈이 생기고 또 도전하고 지금 내 인생이 달리기 하나로 변화된 건 아니지만 달리기로 인해 건강을 되찾고 달라진 점이 너무 많아요. 정말 달리기는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달릴 수 있으니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해요. 사람이 발바닥에 자극을 많이 주면 뇌세포가 살아난데요. 뇌세포들이 살아나니 생각도 많이 생기고 내 미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마라톤을 통해서 만나는 모든 인연들이 소중하고 마라토너분들의 에너지가 좋아 저도 좋은 기운을 받으니 삶이 활력차고 좋아요. 좋은 사람들과 평생 함께 건강하게 행복하게 뛰는 것이 목표입니다.


할 이야기는 많으나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라토너분들, 그리고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건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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