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 May 15. 2022

올해 취업할 수 있을까? 30살의 눈물 나는 취업준비

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직무도 정했겠다. 이제 기갈나는 포트폴리오 몇 개만(?) 뽑으면 될 일이었다. 직무 선택이라는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했으니,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을 다니다 독학으로 방법을 바꿨고 매일매일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느라 정말 앞만 보고 달리었다. 친구들을 만나지도,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고 혼자서 생각해온 데드라인에 맞춰 실무자분들에게 중간점검(?)을 받으려 계획도 짰다.


세상이 좋아져서 손가락으로 검색 몇 번만 해도 실무자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드백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일단 부딪혀보자 했었고 사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는 당시만 해도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내 포트폴리오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세상에 어딨어!' 하는 김칫국을 많이도 마셨더랬다..

그런데 이제 처한 현실은 엉망진창.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데 100시간이나 걸렸는데 그 시간이 와장창 무너지는 게 눈앞에서 보였다.

실무자분께서는 'ux방법론이나 설득하는 과정이 많이 부족하다.'이밖에도 10가지 정도의 목록으로 받은 피드백 점수는 아주 눈물 나는 결과였다. 한 줄의 칭찬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엄청나게 큰.


보아하니, 이런 서비스가 기획한 이유와 설득력은 다 없애버리고 비주얼로 보여주기만 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나만 만족하는' 포트폴리오가 되었던 것 같다.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실무도 아니고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 이렇게 길고 힘들일인가 싶다가도, 여기서 무너지면 도달조차 못하겠다는 생각, 좋은 날이 오려거든 이런 날은 꼭 지나쳐야 하지 않겠나 싶은 정신승리로 포트폴리오를 하나하나 뒤집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놓았으니 수정하는 시간은 적게 들겠거니 했는데 웬걸, 아예 0부터 만드는 시간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하루는 할 수 있어! 하루는 할 수 있을까?


수정한 포트폴리오 3개가 거의 다 완성이 될 때쯤, 다시 피드백을 받으려고 할 무렵, 결과가 어떨지 매우 두려웠다. 과연 내가 안 좋은 피드백을 받아도 다시 수정을 하고 도전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거기서 오는 조급함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그냥 다 포기하고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를 찾아 확 비틀지도 모를 일이었다. 두 번째의 피드백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악몽... UXUI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 피드백을 해주는 꿈. 그런데 그 결과가 엉망진창인 꿈 말이다. 꿈에서 깬 바로 직후에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정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 남자 선생님은 아주 냉철한 눈으로 '이런 포트폴리오로는 어디다가 내밀지도 못해요..'라는 말을 내뱉었다. 꿈이어서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 반면 다가올 피드백은 어떨까? 하는 노파심에 이르렀다.


취업, 이래서 할 수 있는 거냐고요?





이전 04화 30살 취준생의 짠내 나는 생활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