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쌩신입으로 취업하기
나는 단언컨대 취준생이 제일 힘든 이유는 머니라고 생각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아니, 취준생에게는 전부다. 물론 돈 많은 백수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사람은 낄 틈이 없다. 취업만 생각하기에도 힘든 시기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나는 그야말로 가성비충이 되어간다. 돈을 꼭 써야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의 결과치를 내려고 했고 카페에 가게 될 때에도 좋아하는 달달한 커피 대신 가장 싼 아메리카노 혹은 탄산수를 고르게 되는 것이다.
비전공자 IT 디자이너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쪽에는 지식이 전무, 디자인 툴 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학원을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자명함에도 나는 독학을 하느냐 학원을 다니냐에도 엄청난 서칭을 해야 했다. #비전공자 독학 #비전공자 포트폴리오
그것이 어떤 형태든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것인데 이 분야가 붐인 만큼 학원들이 무수히 쏟아졌지만 학원비도 그만큼 비쌌다. 문과생으로 지내면서 학원비에 이렇게 큰돈을 쓴 적은 학창 시절을 제외하고는 단연코 없었다.(학창 시절에도 없었다. 나는 아마 태초부터 가성비충이었을지도..) 하지만 내 미래를 위해, 내 직무를 위해서는, 투자가 절실했고 약 4개월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차곡히 모아둔 돈으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은 2달 과정으로 구성된 입문자를 위한 클래스를 선택했다. 앞서 말했듯 2달 동안 나는 따라가지 못했고(1개의 포트폴리오 완성을 하지 못했다.) 끝내지 못한 채 다음 클래스를 결제할 수는 없었다. 학원 내부적으로 어떤 룰이 있느냐는 아니지만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허락하지 못한다.. 일단 시작한 포트폴리오를 끝내고 다음 클래스를 다니자고 다짐했지만, 그동안 생활비는 점점 바닥을 향해갔고 나는 독학을 고민했다. 비전공자가 독학을? 어떻게 하려고!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나는 학원이 조금 못마땅했다. 가르쳐주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생각과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만 느껴졌다. 그리고 정보를 얻기 위해 참여한 오픈 채팅방에서도 '학원에 너무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 포트폴리오는 학원식으로 너무 정형화되어있다.'는 말에 제대로 꽂혔다. 돈 때문에 이걸 확대 해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때 나의 독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독학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대안은 스터디 카페 결제였다. 마침 주변 스터디 카페에서 이벤트로 할인을 때렸고(물론 이것도 그렇게 이벤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번 공부가 안된다고 카페를 가는 비용보다 스터디 카페 결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 결제한 스터디 카페인만큼 최대 이용을 뽑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평균 6~8시간을 처박혀 작업을 하곤 했다. 이 모든 것이 내 소비가 정당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주길 바랐던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외출은(약속은) 소비를 이끈다. 한 번의 외출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나가기 전 동선 체크는 필수.
모든 볼일은 하루에 몰아 보고 와야 한다. 30살의 나이로 취업준비를 하면서, 30살의 취업도 내가 결정했기에 용돈은 받을 수 없었다. 한 달 최소한의 생활비로 연명해야 하는 30살 취준생은 오늘도 짠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