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경험만 많은 30살이라니
30살 쌩신입으로 취업하기
내가 30살까지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 얼. 해. 야 할. 지. 모. 르. 게. 어. 서.
나를 아주 오랜 시간 괴롭혀 온 것은 바로 직무에 대한 물음표였다. 이 고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교실 안에 1위부터 100위까지 직업이 나열되었고 그에 따른 평균 연봉이 적혀있는 포스터가 붙여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나름 알고 있는 직업은 연봉이 너무 적거나, 높은 연봉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인가 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직업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뭘 하라는 거야?
일을 쉬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제 아무 의미가 없는.
공식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부터 나는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다. 1년간 중국살이를 한 시기 말고는 공장, 카페, 학원, 과외, 편의점, 레스토랑 등 각종 알바는 다 해왔다. 용돈 벌이는 내가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나는 아주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이 직무 선택에 도움을 주었느냐? 전혀. 서비스직은 태생적으로 맞는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무엇보다 체력이 너무 달렸다. 학원은? 과외는 아직도 용돈벌이로 하고는 있지만, 입시를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는 나의 줏대를 스러트릴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알바 경험만 많은 30살일 뿐이었다.
'나'를 알면 달라지겠지..(아니요)
취업준비 대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고민 없이 선택한 것도 이런 경험이 나를 알게 되고, 내가 직무를 정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하고 싶었다) 아주 큰 착각이었지만. 호주에 가서는 살아남기에 급박했다. 당장 일을 해야 했고, 그나마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영어공부가 절박했다. 어떤 일을 해가면서 살아야 할지는 몰랐지만, 하루하루 호주에 적응하고 영어실력이 늘어가는 나를 보는 것은 굉장히 흐뭇했다. (그렇다한들 무슨 소용이랴) 약 1년 6개월간의 호주 살이 동안, 나는 내 직무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해외에서 버틸 궁리를 먼저 했고 한국보다 높은 시급에 눈이 돌아 투잡을 뛰다 결국 몸이 망가지고 말았다. 결국, 1년 6개월 동안 직무를 위한 고민은 내가 호주에서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알바)에만 급급했고 결국 원점.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직무가 뭘까?
많은 시간을 겪고 드디어 직무를 정했다.
드디어 직무를 정했다. 호주에서 돌아온 뒤, 나는 해외취업에 관심이 갔다. 해외에서 느낀 자유와 수평적인 관계는 나를 매혹시켰다. 그런데 도저히 내가 가진 능력은 없고 해외에서도 외국인이 인정받고 일할 수 있는 직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에도 많이 알아보긴 했었지만 혼자서 한계를 만들며 내 능력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나는 못해.''배워본 적도 없잖아.' 그런데 한국에서 잠깐 일을 한 이후,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시간만 축내는 일만 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배우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이라는 책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해외에서 일하는 유튜버들에게 댓글을 달며 묻고, 검색을 통해 알게 된 uxui designer은 과연 내 직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전공자도 많이 하는 직무, 사고하는 것을 즐기고 문제 해결 능력 등 다양한 분야가 녹아있는 직무였다. 결국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고르기보다는 해외취업을 할 수 있는 직무, 내가 '할 수 있는' 직무가 기준이 되었다. 과연 경험하나 없는 30살이 쌩(?) 신입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