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하기
햇수로 벌써 3년 차 취업준비생이다. 지난 나는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취업 준비가 끝날 줄만 알았다. 세상 물정 하나 몰랐던 지난날의 나는 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저렇게 생각했다 보니 점점 길어지는 취업 준비기간이 당연히 불안하고 조급했다. 특히 한 해가 끝나갈 쯤에는 정말 이번 연도도 이렇게 마무리되나? 하는 마음이 가득 차는 시기가 되어버린다. 12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 된다. 특히 마지막 20대를 취업 준비생으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생생하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그야말로 켜켜이 본인의 바운더리에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는 사업을 하고, 누구는 대리를 달고. 분명 나도 취준생으로서 더디지만 한 발자국씩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나는 뭘 했던 거지? 하는 정답 없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12월부터 아니 정확히는 11월 중순부터 취준생은 마음이 바빠진다. 올해 목표였던 취업이 점점 밀려가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몰아서 작업을 하다가도 어느 날은 무기력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코로나19 덕(?)에 비교적 차분하게 한 해가 지나갔기도 하지만, 연말은 연말인지라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다. 세상 곳곳, 연말에 느껴지는 느슨한 틈을 취준생은 느낄 자리가 없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그 기분은 이어진다. 연말은 한 해의 끝에서 여전한 '취준생'으로, 올초 역시 한해의 시작을 '취준생'으로 맞이했다는 갑갑함이 서려있다. 12월부터 1월은 한 해의 시작과 끝이라 알겠는데 3월은 뭐야?
그래 연말, 연초는 알겠는데 몰랐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3월이다. 3월을 오랜 시간 '시작하는 시기'로 지내서일까? 몸이 기억하는 새 학기의 '시작'이 나를 괴롭혔다. 정확히는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힌 격이지만, 연말 연초에 느꼈던 씁쓸함에 알지 못하는 어떤 괴로움이 추가되었다. 1,2월은 이번 연도의 진짜 시작 전 방아쇠를 당기는 느낌이라면 3월엔 정말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시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적고 보니 내 안에는 세세히 나뉜 시간들이 많은 것 같다.
딴 이야기긴 하지만, 친구 중 한 명은 3월이 약간의 트라우마처럼 싫다고 했다. 내성적이었던 친구는 꽤 긴 시간(초등학교~고등학교까지) 3월에는 매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시기로 매번 긴장하고 소위 말하는 '척'을 해야 했기 때문이랬다. 이런 오랜 개학시기를 보낸 나로서도 3월에는 직장인으로서 아니, 어떤 형태가 되었든 무언가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찼을 것이다. 취준생은 본인을 괴롭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