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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May 29. 2022

어이 거기 취준생! 운세, 사주 보지 마!

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하기

오랜 시간 취준생으로 지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내 자신이 나를 믿지 못하는 때에 나오는 불안감이었다. '이렇게 해서 되겠어?' '과연 취업은 할 수 있는 걸까?' '남들 다~하는 취업 하나 못하고,,' 하는 마음들이 들 때마다 부여잡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사르르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든다. 취준생은 자신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적이다.


취준생이 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운세, 사주보기

보통의 사람들, 먹고사는 아주 기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재미'일지도 모르는 것들이 취준생에게는 자폭제가 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운세나 사주 따위다. 사람은 불안하거나 자신이 없을 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찾곤 한다. 그리고 아주 쉽게 납득되어버린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아주 자주 오늘의 운세를 보고 자신을 괴롭힌다. 예를 들어 '오늘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네요.' 같은 이야기가 있거나,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요.' 같은 바보 같은 문구를 볼 때 그 순간 기분이 푹 꺼지고 만다. 오늘의 운세 논리에 따르면 같은 띠, 같은 해인 사람들 모두 같은 운세를 타야만 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상기시켜야만 그나마 기분이 좀 돌아온다. 얼마나 한심한가.


올해 초, 평소에 지지부진하게 운영하던 블로그를 통해 사주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무료로 봐줄 테니, 포스팅을 하나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하기 힘들었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내 욕심에. 끝내 내 사주는 성공할 사주라는 말이 듣고 싶었는지, 옳거니 하고 덥석 물었다. 결론은 그리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곳의 콘셉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적으로 이 직무가 본인에게 맞는지 등을 봐주는 곳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팔자는 본인이 만드는 것임에도 이런 사주를 맹신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재미 삼아 혹은 참고용으로 보기가 힘든, 아주 진지해지고 마는 진지충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평소에 신점라면 질색을 하는 엄마지만, 엄마도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갔다. 입소문이 난 곳이라며 친구들과 같이 가족 신점을 보러 가셨다. 좋은 말이라면 엄마가 먼저 이야기할 텐데 이상하게 신점 결과를 얼버무리는 엄마를 보고 이거 큰일 났다 싶었다. 그분 왈:' 딸이 자꾸 공부를 하려고 한다. 어머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엄마도 내 기분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나는 괜히 '내가 무슨 공부야~나는 기회만 주어지면 바로 취업할 건데!'라며 엄마를 안심시켰고 엄마도 그런 나에 부응이라도 하시듯 '나도 그런 건 사실 안 믿어~아우 이제 진. 짜. 다신 보지 말아야지'하며 끝이 났다. 그 후 영어 말하기 시험을 보러 가면서도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이것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할 것 같아 그 신점이 진짜인 것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동안 (내 기억으론 1주일 정도) '나 취업 안되려나.'. 하며 나를 괴롭혔다는 사실은 누구든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신점, 사주, 운세 등 이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의 인생은 이미 각본이 있는 셈이다.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왜 나는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히는 걸까.. 취준생이 가장 현명하게 지내는 방법은 사주, 신점, 운세만 안 봐도 5할은 한 것 같다. 그리고 비교라는 무시무시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 비교..... 그만큼 정답 없는 괴롭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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