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하기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사람이 디자인 직무를 선택하고서, 수개월 동안 산 넘어 산 넘는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수개월간 공들여 만든 포트폴리오는 한순간 시간낭비로 변하기도 했고, 할 수 있다고 매번 외쳤던 말은 공중에서 분리되기도 했다. 하루 종일 노트북을 붙잡고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드는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괴롭혔다. 이를 테면 ' 너 디자인도 잘 모르잖아. 할 수나 있겠어?' '이 분야에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악마의 속삭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가 내 자신을 괴롭히는 거겠지만 이런 속삭임에 넘어가면 우리는 그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마치 그 말이 정답인 것처럼 여기면서 말이다. 늦은 취준 시기인 만큼, 뒤로 돌아갈 길은 여의치 않았다. 내가 선택한 직무를 어떻게 서든 붙잡고 취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분명히 언젠가는 웃을 날이 있을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이건 사실!
많은 시간 공들여 만든 포트폴리오를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1개의 포트폴리오에 공식적으로 평균 100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 시간이 다 날아가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쉽게 눈물짓지 않는 내 눈알은 금세 벌게져 버렸고 안 그래도 혼자 하는 취준 길에 덩그러니 혼자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냥 계속 학원을 다녔다면 조금 나았을까,, 역시 비전공자는 힘든 걸까,, 하는 정답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포기하면 비빌 언덕이 없는 것이다. 자책은 짧게, 다시 피드백을 기반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절반은 성공이란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 다를 되뇌면서. 포트폴리오를 고치다 보니, 이미 어느 정도 틀이 있는 프로젝트임에도 고치는데 드는 시간이 처음부터 만드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부분도 수정을 해야 할 것 같고 이 부분도.. 하면서 진척 없는 수정을 계속해서 해나갔다. 그렇게 다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데만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막상 수정을 하다 보니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한 주가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이래서 취준이 계속 길어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는 한번 수정했다고 끝이 아닌 계속해서 수정을 해야 해서 포트폴리오인 것 같다. 어쨌든 취업 전까지 계속해서 손을 대야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500번 정도 고치진 않았을까 지레짐작해본다.
피드백 후 2개월 만에 다시 피드백을 받기로 했다. 이제 내가 만든 자료만 보내면 되는데 다시 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릴 일이야 하겠지만, 그 이후의 내가 정말 두려웠다. 희망과 절망의 갈림길에 서있는 기분이랄까?
어차피 부딪혀야 할 일이었고, 눈 딱 감고 전송을 눌렀다. 피드백은 바로 오지는 않는다. 최소 2일, 보통 3-4일이 걸린다고 하셨다. 매일 이메일을 열어보면서 아직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피드백 이메일이 날아왔다. 몇 번을 고민하다, 미뤄서 뭐하겠나 하는 마음에 클릭! 결과는?
총 3개의 포트폴리오를 건네드렸고, 그중 제일 공들여한 프로젝트는 완성도가 거의 완벽하다는 소리를 해주셨다. 제일 공을 들인 만큼, 그런 칭찬을 받으니 그동안 했던 고민들이 한순간 다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프로젝트들도 몇 가지 사항만 보완하면 좋은 결과물이 될 거라고 해주셨다.. 이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하는 일이고 올림픽을 나가는 일도, 정말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어떤 목표를 잡고 포기만 안 하면 절반은 성공이란 말은 맞는 말이라는 것을 배웠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만... 세는 거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