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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Aug 06. 2022

30살 취준생의 자격지심

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장기 취준생이 되면 나도 모르게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개인적으로 목표 없이 토익점수만 올리기에 급급했을 때의 자존감보다는 훨씬 지금이 나을지 몰라도, 취준생은 취준생이다. 돈이 없고 사회생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매일 드는 생각은 아니지만 문득 그것조차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운 날들을 보내기도 한다.


자연스레 약속은 많이 잡지 않는다. '취준생 주제에 무슨 약속을 잡아?''나는 놀면 안 돼!' 하는 마음이 거대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자주 연락을 하는 친구 둘 정도만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씩을 만날 뿐이다. 주변에서도 점점 연락이 오는 수가 줄어드는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런 연락 횟수를 고려하여 나를 누군가 생각해주고 있나 없나 하는 마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러다 반복적으로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에게 괜한 못난 마음이 솟구친다. 친구는 연락을 해올 때면 '요즘 잘 지내?'하고 연락을 걸어왔다. 친구는 사회생활 5년 차,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곳에서 꾸준히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장기 취준생의 마음을 모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안부에 답할 거리를 고민하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마지못해 '나야 잘 지내지' 그마저도 내키지 않는 날은 '나야 매일 똑같지'하는 대답을 꺼내지만 어떤 날은 '취준생 마음을 모르는 건가? 뭘 이런 안부를 물어?' 하는 가시 돋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잘 지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 안에는 '무슨 좋은 소식 있어?' '업데이트할 소식 있어?'로 들렸고 아직 특별나게 다른 소식이 없는 나에게는 잔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격지심인 걸까? 맞다, 이건 자격지심이다. 친구는 무해하게 안부를 물어온 것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나를 어느 정도는 애정 한다는 것이지 그런 복잡한 생각, 취준생에게 별로 좋은 질문은 아니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가시 돋친 마음을 들여다보다, 문득 나는 진정 노예인가 싶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부도 필요 없단 말인가. 나는 지금 내 밥벌이를 위해서 매일같이 작업을 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단 말이다. 아직 어느 소속이 있거나 적당한 수입을 벌여들이고 있진 않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나가고 있지 않냔 말이다. 소속이 없다고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에게 자격지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불필요하게 많이 불안해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노동에 묶어 노동을 하고 있어야만 가치가 있고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현대판 노예는 때때로 자신이 만든다. 아주 교묘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 마음을 깨닫고는 더 이상 물어오는 안부에 가시 돋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안부에 회피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요즘의 이슈를 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나야 매일 같지'가 아니라, '이제 이 과정을 준비하고 있어'같은 구체적인 근황 말이다. 그 편이 취준생으로서 갖는 자격지심, 피해의식이 아니라 나는 내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와의 만남을 자주는 아니지만 아무 죄책 감 없이 가끔 갖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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