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생신입으로 취업하기
30살까지 취준생으로 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며 살고 내 밥벌이 하나 못 챙길 거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말 취업이 늦어진 이유는 내가 납득이 갈 만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을 내주어서 받는 돈 말고 내가 정말 일을 하면서 욕심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말이다. 고등학교 입시 때, 대학교 전공을 고를 때도 같았다. 늘 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것에 집착하다 보니 입시공부를 하는 일도 목적이 결여되어 한참을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원하는 것을 찾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예전엔 정말 하고 싶은 걸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걸 하자니 돈이 되지 않고(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돈만 쫒자니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걸까 뭣하나 해결되지 않아 이렇게 길고 긴 방황 시간을 거치게 되었다. 거기에다 직무를 고르는데 쓴 시간보다는 막연한 '경험'을 하고자 했다 보니 생활력만 강해진 백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그 경험 덕에 조금 더 직무의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그 막연한 경험은 해외살이에 치우쳐져 있었다. 해외살이가 나한테 꽤 잘 맞는다 생각했고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도 밥벌이를 '잘'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게 되었다.(어느 나라든 외국인 노동자가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은 빡빡하다.) 아이티가 세상을 제패했듯 아이티 직무인 UXUI 디자이너를 알게 됐다. 사실 코딩을 배울까 고민도 많이 했다. 워낙 체계와 논리를 좋아하다 보니 코딩과도 잘 맞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빨리 할 수 있는 직무를 골라야겠다, 더는 늦어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디자이너를 선택하게 되었고 문제 해결 능력을 요하는 부분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직무라면 점점 성장해가는 나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단지 월급날만 기다리는 밥벌이가 아닌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밥벌이를 하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돈을 쫓아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또 나 같은 누군가는 이리저리 간을 보다 직업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나도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지만 어떤 선택을 했던지간에 30살의 늦어진 취업에는 누구보다 '잘'살고 싶어 그랬던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