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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Jan 21. 2024

호주에서 동양인으로 살며 생긴 이상한 자격지심

동양인은 모두 중국인이 아니라고요

호주 살이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비록 나는 멋들어진 외관의 아파트와는 다르게 닭장 셰어를 하고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말 그대로 하루살이였어도 조금만 나가면 널찍한 공원이 여기저기에 있고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 저렴하고 고급진 와인들이 있으며 다양한 사정을 가지고 온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떠는 게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집마다 빌트인 되어있는 오븐은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음식들을 죄다 시도해 볼 수 있었고 베이킹까지 할 수 있었다. 도전하는 족족 다 망해버렸지만 호주 워홀 온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한 번씩 오는 현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이런 것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거나, 우울하다거 나는 아니지만 한계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영어를 써야 페이가 높아진다는 걸 알면서 매일같이 단 10분이라도 영어를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어려울 일이다. 그래도 조금씩 길어지는 영어문장이 꽤 뿌듯했다. 


현타는 대게 이런 경우에 왔다. 호주에 있는 모든 동양인이 중국인으로 비칠 때, 그래서 나도 중국인이 되어야 했을 때 말이다. 사실 내가 중국인으로 보이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중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인으로 봐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조상이 있는 것인지 내가 몰골을 잘 꾸미지 않은 탓인지 한국인도 나를 다른 나라사람이라고 인식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그런 대우가 탐탁지 않았나 보다. (지금은 완전히 내려놓았다. 어떤 국적의 사람으로 봐도 상관없고, 무턱대고 국적을 추측하는 것dl 무식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면 속으로 그러려 니가 되어버린다.) 한 번은 멜버른 피자집에서 일할 때였다. 일하면서 다양한 인종이 찾곤 하는데, 중국인들은 내가 한국인인 줄도 모르고 마구 중국어를 쓰곤 했다. 참 애석하게도 알아듣곤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고 말하면 어라 중국어를 할 줄이네 하곤 더 하는 것이다. 그 이후부턴 중국어를 안 썼지만. 이런 건 기본이고 서양인들이 나를 중국인으로 보면 나는 한국인이야라며 꼭 국적을 고쳐주곤 했다.


그런 일이 잦아서 인지 한 번은 사달이 났다. 내가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된 것이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피자를 팔고 있었는데, 피자 한 조각은 3.5불이라 동전을 내는 손님들이 많았다. 한 손님은 동전지갑을 뒤적거리며 '아 중국동전이 많네요. 흫'라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단지 중국동전이 많다고 했을 뿐인데 나는 거기다 대고 '저 중국인 아닌데요'를 외쳤다.


그 손님은 오해라도 했을 까봐 '아 아니요. 제가 저번에 중국을 다녀왔더니 중국동전이 많아서 골라야 해서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는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구나. 를 깨닫는 동시에 이건 무슨 이상한 자격지심인가.. 중국만 나오면 방어태세를 하려고 하다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중국을 좋아한다. 정치적인 거 빼면 중국은 재밌고 흥미로운 나라다. 중국인친구들도 많고 음식도, 문화도 좋아하는 한국인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나라를 추측해 버리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니하오라고 하는 인사도 참 많이 들었다. 중국 말고도 들었던 국적은 일본, 대만, 아랍..?

나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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