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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24. 2022

오사카에 사는 제2의 엄마

'밥심'이 이렇게나 무섭다


밥심: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


호주에서 지낼 땐 참 춥고 배고팠다

외로움인지 고달픔인지 타지 생활로 인한 허기는 밥으로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호주에 가자마자 홈스테이에서 만난 친구 마미(Mami)는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언니지만 호주에서 만나 영어로 대화하며 친구가 되었다.


취업을 위해, 더 나은 직장을, 성공을 위해 이 악물고 어학연수를 온 나와 달리 마미는 자신의 힘으로 영어를 단순히 취미로 배워보고 싶어서 직장을 잠시 쉬고 호주로 왔다.

내 친구 마미


친구 이상의 가족

어학연수 기간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마미다. 홈스테이를 함께 지낸 기간은 3개월로 짧았지만 같은 어학원에 다니고 있었고(반은 달랐지만) 홈스테이를 나오고서도 마미는 연수 시절 내 든든한 가족이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어렵게 연수를 왔던 나는 배고픈 유학생이었다. 마미와 종종 안부를 물으며 만날 때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좋아하는 초코 도넛, 헝그리 잭(호주에서는 버거킹이 헝그리 잭 브랜드이다)을 사주었고 나는 눈물을 흘리며 배를 채웠다. 


그 친구가 선물한 것은 단순히 밥 한 끼가 아니었다. 

배고플 때, 힘들 때 내 입장에 돌아보고
가장 힘이 되는 선물을 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나의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마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의 이름처럼 마미는 정말 내게 제2의 엄마 같은 따뜻한 품을 내주었다.


호주를 떠나기 전 마미에게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싶어, 같은 반 아는 일본 친구에게 ‘나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를 일어로 물어 연습했고 마미에게 ‘私の友人でいてくれてありがとう’라고 말한 순간 마미는 눈물을 흘렸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일본인들은 주로 속내를 보이지 않고, 밥뿐만 아니라 모든 지출에 대해 1/n 한다고 들었었는데 마미도 다른 부분에서는 철저했으나 나에게만은 늘 더 후했다. 


2016년 오사카에서 다시 만난 마미와 나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진심이 전해진다면 온전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마미를 통해 알았다.


각자 연수를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처음엔 마미가 언니와 함께 서울을, 그리고 다음엔 내가 혼자서 마미가 있는 오사카로 놀러 가며 인연을 이어갔다. 


마미에게 배운 그 따뜻한 마음을 나도 배고픈 후배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을 사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밥을 내가 사려 한다. 특히, 후배들에게는. 


그렇게 나는 밥심이라는 단어를 내 사전에 새기고, 내가 받은 이 따뜻한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뜨끈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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