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승리의 재해석

by 최봉기

한번 실패했다고 좌절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실패의 아픔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끝내 승리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가 '쫄장부'라면 후자는 '멋진 싸나이'라 불릴 만하다. 일이 잘 될 때는 누구나 미소가 가득하고 계속 잘 될 거란 희망과 함께 의욕이 불탄다. 그러다가도 일이 꼬일 경우 평정심을 잃고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여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과 같은 시합에서 역전, 재역전을 거치며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처음에 잘하다가도 방심하거나 혹은 중요한 순간에 에러가 나와 경기 흐름이 넘어갈 경우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다. 우승을 하는 팀은 전력도 전력이지만 매번 오는 승부처에서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 찬스를 살리는 역량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계속 성공만 하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번씩은 실패를 경험해 보는 것도 어찌 보면 보약이 될지 모른다. 계속 잘 나가기만 했던 어떤 한 복서는 또 다른 세계 최고의 복서와 붙어 KO 패한 후 선수생활을 곧 접게 된 적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를 KO 시켰던 선수도 KO로 전승가도를 달렸지만 얼마 후 KO패하며 은퇴하게 되었다.


1977년 파나마에서 '4전 5기'로 승리했던 홍수환은 '지옥에서 온 악마'라 불리던 11전 11KO승의 카라스키아와 싸워 4번 다운되고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맞붙어 극적인 KO승을 거둔다. 당시 홍수환이 보여준 투혼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카라스키아의 경우 워낙 펀치가 강하고 몸이 빨라 지금까지 1~2회에 일방적인 KO승을 거두다 보니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한 라운드에 네 번씩 다운을 뺏고는 다 이긴 시합이라 생각하고 방심하다 한방을 맞고는 힘도 써보지 못한 채 KO패를 당했으며 그 이후에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은퇴하고 정치인이 되었다. 따라서 중간중간 한 번씩 실패를 해보는 것도 예상 못한 패배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의 예방주사가 되리라 보인다.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어찌 보면 진정한 승자가 될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쓰라린 패배의 기억 없이 승리만 해 본 사람은 승리의 순간 가슴 깊이 복받치는 뜨거운 눈물이 나오지 않고 자칫하면 오만에 빠지기도 쉬워 한 번의 패배로 인해 아예 몰락하게 될 위험을 안고 살지 모른다. 따라서 실패를 단지 실패 그 자체로 보기보다 탄탄하고 영속적인 승리자로 가는 중간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나 영원한 패자는 없는 법이다. 만장일치 혹은 백전백승이란 말은 듣기엔 좋을지 모르지만 사실 무척 경계해야 할 말일 수 있다. 백전구십승 정도면 이상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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