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지나칠 때

by 최봉기

며칠간 비가 예상치 않게 쏟아져 사망자, 실종자를 포함해 많은 피해자와 재난을 초래했다. 평소에는 어지간히 비가 와도 큰 난리는 없었건만 한꺼번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에는 대책이 없다. 20여 년 전 휴가가 시작되는 날 기상 악화로 비가 마구 쏟아지고 차도 다닐 수 없어 사흘을 집에 갇혀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오전에 직장에 가던 사람들은 길바닥에 물이 넘쳐 구두를 벗고 바지를 걷은 채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맨발로 물 위를 걸어가기도 했다.


평소에는 너무 가물면 날씨도 덥고 농사도 힘들어 비 소식이 기다려지곤 했는데 마구 쏟아지는 비는 인간에겐 재앙 그 자체이다. 무슨 일이든 적당한 것이 좋은데 과다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없을 땐 가지기만을 학수고대하다 도가 지나치면 재앙이 되는 것들이 비 외에도 더러 있다. 돈과 권력도 그러해 보인다. 돈이나 권력이 과다하면 삶의 조력자 혹은 윤활유와 같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고 마치 독이 되어 삶을 통째로 파괴해 버리는 것 같다.


우선 돈은 궁할 경우 돈 좀 있으면 하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형편이 풀려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안정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주는 돈이 어느새 허영의 도구로 변하기도 한다. 통장에 돈이 주체하지 못하는데 죽자 사자 일에 매달릴 일도 없기에 노동 자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던 소박하고 순수한 꿈은 저먼 나라 얘기가 되기도 한다. 돈은 눈 아래를 보며 위안과 감사를 갖기보다 위를 바라보며 시기심과 욕망에 사로잡히기 쉽다. 냉정히 따져 보면 돈도 흘러 너무 칠 때에는 방안까지 침투해 살림도구마저 마구 젖어버리게 하는 물난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 또한 속성이 돈과 비슷하다. 힘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끙끙대는 문제도 전화 한 통화하면 즉각 해결한다. 흔히들 법 위에 경제, 경제 위에 정치가 있다고 하는데 판검사,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 가지는 지상 최대의 목표는 국회의원 배지이다. 과거 선거 때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란 말도 있었는데 당시 비공식적인 권력의 서열을 보여주던 우스운 얘기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비롯한 각종 정치인도 전문적인 식견과 소신을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우는 자신과 사회를 복되게 하지만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여 '**게이트' 등 스캔덜로 비화되면 자격이 정지되고 실형을 선고받게 되기도 한다. 달콤한 권력은 인생 항로에 있어 먼길을 질러가는 길로 보일지 모르지만 과할 경우 돌아가는 길보다 몇 배나 먼 거리를 가게 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비로 인한 재해가 흉흉하다 보니 평소 반갑기만 하던 비가 갑자기 혐오스러워진다. 적당할 때 유익한 많은 것들이 도가 지나치면 독이 되어 버린 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뇐다. 술도 지나치면 이성을 마비시켜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이성에 대한 애정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칠 경우 한 인간이 마치 동상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도가 과하지 않도록 처신하는 일도 인간으로서 하기에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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