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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Dec 30. 2023

실패작은 2024 영라이언즈
필름 한국 대표작이 되었다

칸 영라이언즈 컴퍼티션 필름 골드작 제작 징비록

이번 2024 영라이언즈 컴퍼티션 필름부문에 나는 타 팀 조감독분과 의기투합하여 참가하였고 필름 미션으로 아시아 산림훼손 방지에 힘쓰는 아포코 조직에 대한 홍보 영상 미션을 받게 되었다.


우리 팀은 Do & Don't 부문에 집중하였다. 혼농임업이 단순 벌목경작보다 경제적 효용성이 있다는 메세지에 집중하여, 혼농임업과 벌목경작을 장소와 색감, 자원으로 대조시켜 아이캐칭 및 혼농임업의 풍부한 자원 양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고자 의도했다. 그리고 이런 대조는 여러 자원의 가능성을 가진 작은 나무 하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장면연출과 함께 아포코의 브랜드 CI를 함께 표현했다.


주요 장면연출 포인트
- 일상 속 단순한 모션이 반복되는 루핑 기법으로 자연자원 생산을 컨베이어 벨트적 표현
- 혼농임업 농부의 반복되는 자원 생산과 벌목경작꾼의 고갈되는 자원량 시각적 대비
- 콜라쥬 기법을 통한 나무의 여러 가지 자원 변모 가능성 표현
- 혼농임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아포코의 로컬 양봉업자 지원사업 아트로 구현
- 혼농임업 농부의 밝은 표정 및 색채와 벌목경작꾼의 고되고 낮은 채도 간의 대조
반복되는 루핑 연출 레퍼런스
다채롭고 많은 생산량의 혼농임업 농부(좌)와 자원이 고갈되가는 벌목꾼(우) 컨베이어벨트로 표현
혼농임업을 통한 수확 작물과 아포코가 시행한 로컬 양봉업 지원 사업을 콜라주 편집을 통해 나무의 가능성으로 표현
중요한 건, 이왕 시작한 일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의지

금요일 오후 미션 공개 이후 기획안부터 프리프로덕션, 촬영준비, 촬영, 편집이 이틀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웠다. 심지어 촬영준비에 하루를 투자하고 촬영과 편집이 마지막 일요일에 이루어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실사촬영이 가진 소구성과 우리가 기획한 연출의 힘을 믿었기에, 영하 15도에 달하는 극한의 날씨에도 포천에 직접 촬영을 감행했다.

로케이션 선정에 대한 이슈와 촬영이슈, 아트 이슈 등 많은 문제점들이 촬영을 딜레이 시키고 편집 시간이 매우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은 어떻게든 생각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선택과 집중 :  굵직한 연출포인트와 카피, 그리고 영상호흡과 이해도 살리기

결과물의 완성도가 많이 부족했고 처음 기획한 연출포인트들도 대거 생략됐지만 굵직한 연출 포인트와 핵심 메세지를 살려내는 데에 포인트를 두었다. 특히 최종 편집 시 해석이 어려운 구간에 카피를 추가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굵직한 카피를 위주로 영상을 재편집하여 영상의 호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호흡감 수정에 힘을 썼다. 다행히 이런 점을 높게 평가받아 부족한 완성도에도 영라이언즈 칸 필름부문 한국대표로 본선 진출이란 좋은 기회를 부여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처음 기획한 구상과 달리 촬영 및 편집, 심지어 결과물에 연출의도가 다수 반영되지 못했다. 팀원 간 소통실패, 본인 작품 제작에 대한 욕심 등 개인적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기획제작 시 시스템적 붕괴 많 아쉬움이 결과물에 묻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스템 실패에 집중하여 세세히 하나씩 복기하여 앞으로 작업에 도움을 주고자 참회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기획제작 시 실수한 시스템적 실패


1) 촬영 현실성에 대한 논의 및 구현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 실패

- 2개의 서로 다른 로케이션에 대한 사전 검증 및 토요일 촬영 가능에 대한 검증 실패
- 촬영일과 편집일 분리 및 촬영연출, 편집연출에 따른 시간분배 사전설정 실패
-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새로운 장면연출 구상 및 컷구성(커트바리), 스토리 소구성 설계 실패
- 아트 및 소품에 대한 연출적 우선순위 부여 및 사전 준비 및 대응 실패


2) 야외로케이션에 대한 촬영파악 실패와 플랜B 로케이션 후보 준비 미흡

- 사전확인이 안 된 남의 공사판 로케이션에 대한 과대확신
- 만약 촬영이 불가할 경우 대체할 다른 로케이션 옵션 미설정


3) 편집회의 생략으로 합의된 편집연출 미적용 상황 발생

- 높은 채도로 다채로운 혼농임업 농부와 낮은 채도와 샤프하게 깎은 벌목꾼 간의 색감대조 미적용
- 혼농임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전달을 위한 나무 건네는 농부의 활기찬 권유 표정 생략
- 대회 조건인 1분 분량을 맞추기 위한 세부 컷들 길이 조정 생략
나무를 건네주는 농부의 마지막 컷에 활기찬 권유의 표정이 포함됐다면, 더욱 긍정의 이미지와 감정적 소구력을 지녔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크게 3가지로 시스템 실패를 정리할 수 있으며, 이런 연유들로 의도한 편집연출의 50% 정도만 이번 작품에 구었다고 생각한다.


What if : 좀 더 메세지에 집중한 단순화된 기획안이었다면?

사실 아이디어와 말의 맛, 그리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아포코를 홍보하는 기획안을 구상하여 촬영의 품은 줄이고 편집과 완성도를 높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특히 촬영보다 편집과 카피에 조금 더 집중하여 기존작보다 골고루 힘을 분배한 작품을 구상했는데, 드론촬영 기법을 활용하여 장소성을 부각하는 기획이었다.

Look in close, what can you see(가제) 스토리보드
1) 푸른 지구를 보여주며 카피 등장 : 당신은 지구 대부분의 숲이 아시아에 있는 걸 아셨나요?
만약 아시아의 산림훼손을 그대로 놔둔다면, 우린 더 춥고 가난해질지도 모릅니다.
2) 점점 한반도로 줌인되며 새로운 카피 등장 : 아직 와닿지 않는다고요? 나와는 먼 이야기로 느껴지시나요?
3) 발목경작 된 공간에 옷 한점 없이 외로이 서있는 남자 등장 : 이제야 우리의 현재 모습이 보이나요?
4) 눈으로 줌인되며 다시 줌아웃 : 하지만 아포코와 함께라면 더 부유하고 건강한 지구의 모습을 지킬 수 있어요.
5) 줌아웃되는 드론샷, 전 컷과 달리 푸른 나무와 함께 남자 주변으로 여럿 생기 넘치는 과일과 작물 등이 보인다. "아포코, 부유하고 건강한 지구를 위한 친구"
look in close (가제) 그림콘티
구글어스에서 드론샷으로 이어지는 촬영기법 레퍼런스 : 국지적 장소로 이동하며 현실적 소구성 강화

다만 아이데이션 당시 카피와 엔딩이미지에 대한 구상이 부족하여 결국 마지막 2개의 안 중 떨어지게 되었고 Trust the tree 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번 팀원 간 PT 경험을 통해 정말 확신과 욕심이 있는 기획안이 있다면, 컨셉과 캐칭포인트, 핵심메세지를 철저히 준비하여 피칭해야만 조직활동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실현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영라이언즈 준비 경험은 큰 경험적 자산이 되었다. 아이디어 피칭부터 컷구성, 촬영설계, 편집흐름 잡기, 아트 준비 등 요 근래 촬영의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어우르며 작업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팀원 간 서로 박감독, 최감독으로 칭하며 감독놀이에 푹 빠졌는데 정말로 두 명의 감독으로서 어떻게든 제한된 조건과 시간 속 작품을 완성시켜 보자란 다짐 하나로 엄동설한에 일을 벌였다. 너무 일을 크게 벌여 완성도가 떨어진 것 아닐까 매우 노심초사하였지만 좋은 결과 또한 따라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대면 PT가 남았고, 이후 칸라이언즈에 간다면 더욱 고되고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가슴 뛰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 것이고 어떻게든 완수하겠다는 의지는 이번에도 통할 것이란 어렴풋한 확신이 솟아난다.


2024 영라이언즈 필름 제출작 Trust th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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