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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Sep 01. 2023

시작과 끝에 관한 사색:5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1

1931년 2월 11일 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윌슨 산 천문대 Mount WilsonObservatory의 작은 도서관에서 미국 과학자들 여럿과 함께 한 시간이 넘는 토론을 했다. 토론 주제는 우주론이었으며,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하게 손꼽히는 발언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아인슈타인은 이미 오래전에 발표한 상대성이론과 중력이론으로 이미 10년 전에 노벨상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였다.


그 당시 아인슈타인은 과거의 아리스토텔레스나 뉴턴과 마찬가지로, 우주는 영원히 고정된 채 변하지 않는, 웅장하고도 불멸하는 대성전과 같다고 수년간 주장해 왔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시간이란 큰 변화 없이 무한한 과거에서 무한한 미래로 흐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러시아의 물리학자가 주장한 우주 진화론이 수학적으로는 옳으나 물리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으며, 1927년에 벨기에의 저명한 과학자가 우주는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팽창하고 있다고 제안했을 때도 그 가설이 '역겹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 위대한 과학자는 결국 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 멀리 떨어진 은하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가설이 망원경 관측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어쩌면 정적 우주에 관한 그의 수학적 모델은, 마치 점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서 있는 연필과 같았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일 것이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움직이는 연필 말이다.


패서디나에 도착했을 당시, 아인슈타인은 이미 우주의 움직임을 인정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한 독일식 억양으로, 그는 양복을 갖춰 입고 넥타이를 맨 채 경청하고 있던 주위 사람들에게, 망원경에 포착된 은하의 움직임이 “마치 망치로 가격하듯 나의 오래된 건축물을 부수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손을 아래로 휘둘렀다. 망치 타격의 파편 속에서 떠오른 것은 바로 빅뱅 우주론이었다. 우주는 정적이거나 영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140억 년 전에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에 의하면, 우리 우주는 앞으로 계속해서 팽창할 것이다.(33-35 쪽)

빅뱅 우주론 이전의 서양 우주론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우주론이다. 그는 우주를 무한한 천상계와 유한한 지상계로 구분하고 신이라는 부동의 원동자에 의해 우주 운동이 시작되고 모든 물질은 목적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았다.


둘째, 뉴턴의 기계론적 우주론이다. 뉴턴은 우리의 우주가 무한하나 균일한 힘 즉 만유인력에 의해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소위 벤틀리의 역설 즉 우주가 유한하면 중력에 의해 '모든 별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면서 뭉개지는 우주'가 될 것이고, 우주가 무한하면 임의의 물체를 온 사방에서 당기는 힘 또한 무한할 것이므로 '별들이 사방으로 찢어지는 우주'가 될 것이라는 물음에 시원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셋째,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우주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모든 물리현상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꿈을 실현하려면 필연적으로 '벤틀리의 역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1920년대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정적이면서 균일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도 우주 전역에 걸쳐 먼지와 별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얻은 답은 항상 '역동적인 우주'였다. 아인슈타인도 200년 전에 '리처드 벤틀리'가 마주쳤던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중력은 항상 인력으로만 작용하므로, 별들은 결국 중심부를 향해 뭉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우주는 파국적인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역동적인 우주'는 20세기 초의 천문학계를 지배하고 있던 '정적인 우주'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였다.


 우주가 정적인 상태를 영원히 유지한다는 믿음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1917년, 결국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새로운 항을 추가했다. 이론적으로 '우주상수'는 '밀어내는 중력(반중력)'을 생성시키고, 이것이 중력과 서로 상쇄된다면 우주는 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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