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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Mar 14. 2024

다시 읽는 에피쿠로스의 쾌락론 1

왜 에피쿠로스인가?

흔히 에피쿠로스 하면 쾌락주의자로 이해한다. 물론 검색을 해보면 그가 우리가 현대에서 사용하는 물질적이고, 생리적 쾌락이 행복의 기준이라는 그런 통속적 쾌락주의자가 아님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지고의 행복, 아타락시아(ataraxia: 평정심)가 육체적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에 해당한다는 것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쾌락론’은 결코 쉬운 사상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행복은 욕망(욕구, 필요)의 충족이란 공식으로 단순화된다. 충족은 만족감이고, 쾌감이며, 나아가 쾌락(pleasure)이다. 호모 루덴스(놀이인)인 현대인은 ‘일하기 위해 노는 것이 아니라 놀기 위해 일한다’. 아니면 ‘일이 놀이이고, 놀이가 일이다’.


어떻게 노는 것이 가장 즐거울까? 어떤 놀이가 가장 쾌감을 줄까? 항상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어떤 의미에서 쾌락주의자이다. 사후 천국주의자는 사후 쾌락주의자이다. 낙원은 기쁨(에덴)의 동산이다. 기쁨은 쾌감의 일종이다.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전 에게해 근방의 그리스 식민지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18세에 아테네로 이사 와서, 가르게테스 구역(아테네는 당시 139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세 구역이 하나의 부족을 형성함)의 필라이다이 가문 출신으로 성장하였다.


당시 아테네 서북쪽 교외에 위치한 고대의 영웅 아카데메스의 성스러운 숲에서 기원한 아카데메이아 또는 아카데미아(Ἀκαδημ(ε)ια, Akadēm(e) íā)라는 성역이 있었는데, 후에 플라톤이 다시 그 명칭을 사용해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리케이온으로 명명했다.


그에게 가장 영향을 준 그리스의 철학자는 원자론자로 알려진 데모크리토스였다. 데모크리토스는 자연철학자들 중 레우키포스의 초기 원자론을 바탕으로 유물론적 결정론이란 세계관을 정립한 철학자였다.


에피쿠로스는 그에게서 원자론은 수용하고 결정론은 자신의 철학에 맞게 변형하였다. 당시 그리스의 주도적인 사상은 스토아주의(Stoicism)였다. 스토이즘의 창시자인 페니키아 출신으로 알려진 키프로스 지역 키티온의 제논이었다.


그는 아테네의 유력 정치인 페이시아낙스가 지은 채색된 주랑(柱廊) 사이를 거니며 자신의 제자들에게 사상을 전파했는데, 이 주랑이 헬라어로 stoa 스토아였기에, 스토아학파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사상을 이은 철학자들은 노예였던 에픽테토스,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명상록’이란 책으로  유명한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있다.

에피쿠로스가 활동하던 시기에 스토아학파에 속한 사람들은 두 사상이 추구하는 행복의 경지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에피쿠로스와 그의 제자들을 비방하고, 비난하는 글들을 퍼트렸는데,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들에 대하여 논박하는 글을 많이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비방과 곡해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많은 학파가 문을 닫아도 그의 학파는 여전히 살아남았고, 많은 그리스의 지도자들을 배출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실제로 비난받을 짓을 하지도 않았고 늘 공손하고 배려가 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은 스토아학파의 이론보다 더 방대하고, 정교했으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현명한 것인지를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거의 700권의 책을 남길 정도로 그의 관심분야는 자연과 인간 전체에 걸쳐있었다.


그는 인생의 목적은 쾌락에 있다고 것을 논증했다. 육체적 쾌락을 반대하지도 않았고, 권장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평정심(아타락시아)과 고통의 회피(아포니아)가 정적인 쾌락이라면, 기쁨과 환희는 운동에 따른 동적인 쾌락이다.”


이제 그가 내린 결론이 어떤 사유 과정을 통해 도출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 과정에서 당신의 뇌에서 약간의 도파민, 엔도르핀, 세르토닌이란 행복호르몬이 생성된다면, 보다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 참조: 이 글에 사용된 그래픽 이미지는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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