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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Mar 22. 2024

다시 읽는 에피쿠로스의 쾌락론 2

자연을 알면 내가 보인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주로 자연(physis)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왜냐하면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에 속한 , 그러나 자연의 원리나 사물의 본성을 발견하여 지혜롭게 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런 철학자들은 자연철학자 혹은 물활론자로 불리기도 했는데, 고대인들은 자연 그 자체에 신성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에 물질은 살아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본질적 요소를 원질(arche)라 부르며, 각기 다른 물질을 원질로 간주했다.


고대 중국인들은 수화목금토의 다섯 가지 요소를 원질로 보았고, 인도인들은 지수화풍으로 그리고 희랍임들은 물, 불, 공기, 흙이란 직관적 요소에서 아페이론, 아톰, 질료와 운동 등 점점 추상적인 요소를 원질 혹은 원인으로 사유했다.

사람들은 식욕과 성욕만큼 물욕(物慾)에 사로잡힌다. 맛있는 음식, 섹시한 이성, 명품 옷, 슈퍼 카를 보고 눈이 돌아가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특별히 물신숭배(物神崇拜, fetishism)는 고대에도 성행했다.


식욕이나 성욕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리적 욕구라면 물욕과 권력욕은 사회적 욕구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종의 인정욕구이기 때문이다. 헤겔이‘정신현상학’의 자기의식 장에서 탁월하게 분석한 이 욕구는 인정투쟁으로 인한 계급의 발생과 연관된다.


부자는 다른 사람과 차별된 명품이나 희귀한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자기를 과시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사실 아주 현명한 부자, 워런 버핏이나 빌게이츠와 같은 부호들은 오히려 물질에 초연하고 기부 행위에 인생의 가치를 느낀다.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의 졸부들은 소위 천민자본주의 문화 즉 가지고 있는 소유를 물질적인 것으로 과시함으로써 특권의식을 가지는 통속적인 문화에 젖어있다. 그리고 이 문화는 일부 청소년층에 퍼져나가 그들의 정신을 오염시킨다.


보통 마음의 안정 즉 뇌에 만족감을 주는 소리, 색상, 형태는 주로 자연에서 오는 것인데, 가랑비 내리는 소리, 초록의 평원, 강아지나 어린 동물들의 놀이 등은 몸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에피쿠로스는 37권으로 된 “자연학”을 저술했는데, 이 방대한 책들을 요약한 ‘대요약집’이란 책을 다시 써서 자연학의 입문자에게 도움을 주려하였다.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물론 연구자들이 아타락시아(평정심)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특별히 사도 바울은 아테네 전도 여행 중에 스토아주의자와 에피쿠로스주의자와 만나 논쟁을 벌였는데,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아마 이미 평정과 부동의 경지에 오른 철학자들에게 십자가에 도는 너무 미련한 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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