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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Apr 02. 2024

다시 읽는 에피쿠로스의 쾌락론 5

유체, 진동, 원자, 혼, 평정심

에피쿠로스는 물체를 이루는 원자의 진동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 즉 유체에 의해 우리의 혼의 감각을 통해 심상을 만들고, 혼이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우리의 지식이라고 한다.


원자는 물체를 이루는 입자들이지만 서로 크기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비록 물체가 소멸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원자는 항상 일정한 질량과 형태를 지닌다. 그러므로 물체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체되는 것이다. 원자는 불변한다.


에피쿠로스의 이런 원자론은 마치 현대 과학의 에너지/질량 보존의 법칙을 선견적으로 본 것 같다. 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그 형태를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 있을 뿐 생성되거나 사라질 수 없다.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나의 몸이나 혼 역시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나는 소멸되지 않고 해체될 뿐이다. 나는 우주의 먼지로 생성되었다가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간다. 죽는 순간 나의 혼은 해체되기에 나는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연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들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자연학의 과제이고, 행복은 천체 현상을 알고 거기에 비추어 천체의 본질을 알며, 이것을 정확하게 아는 데 필요한 그 밖의 다른 것을 아는 데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천체 현상들과 관련해 원인이 여러 가지일 수도 있고 다르게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의심이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떤 것도 본성적인 불멸이나 완전한 축복에 절대로 포함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지성은 이것이 절대적으로 사실임을 안다.


어떤 현상이 여러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그 여러 방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어서 그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간 중

들뢰즈는 에피쿠로스의 자연학의 주제가 ‘자연 속에서 진정으로 무한한 것 이를 규정하는 일, 참된 무한과 거짓된 무한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해석한다. 그리하여 자연학은 곧 윤리학 또는 실천에 종속되는 것으로 등장한다.


자연학의 탐구에서 발견된 참된 무한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연의 진리이다. 그리고 실천의 목적과 대상은 쾌락이다. 들뢰즈에 의하면 우리의 쾌락은 고통 그 자체보다 훨씬 더 강한 장애물을 가진다.


“환상, 맹목적인 신앙, 공포, 죽음에의 두려움 등 영혼의 혼탁을 이루는 모든 것을 그 장애물로 갖는다. 하지만 영혼의 혼탁의 기원은 고통의 그것보다 다르며 또 그것보다 훨씬 심오하다. 쾌락을 누리는 무한능력에  대한 환각과 영혼의 무한 지속이라는 환각이 혼탁의 두 기원이다.‘-루크레티우스와 자연주의 중


들뢰즈는 거짓된 무한에 기인한 종교의 무한과 모든 신화를 고발하고, 자유로운 인간의 이미지를 세우는 것이 철학 고유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의 자연주의 철학은 자유의 이미지인 부동심, 즉 진정한 쾌락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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