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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Mar 29. 2024

다시 읽는 에피쿠로스의 쾌락론 3

루크레티우스와 들뢰즈

에피쿠로스는 자연에 대한 자신의 글들이 너무 방대하기에, 자신의 철학 체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연학 전반을 간략하게 정리한 ‘대요약집’이라고 불리는 책을 서술하였다.


이 책에 기록된 주요 사상은 후에 로마의 시인이자 유물론적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기원전 94-55)의 ‘사물의 본성론’이란 6권의 철학시집으로 계승되어, 로마 문화에 스며들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일독하시길 바란다. 그의 철학시는 이후에 로마의 국가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인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Publius Vergilius Maro, 기원전 70년 10월 15일 - 기원전 19년 9월 21일)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아이네이스》는 메타(페이스북)의 창업자, 저크버그의 창업과 경영 철학에 결정적인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는 아직도 연설 때면. “시간과 위대함엔 한계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라는 구절을 인용한다고 한다.

서구의 철학자들 중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시를 연구하거나 분석한 유명 사상가는 거의 없다. 그러나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그의 사상을 포스트모던적으로 해석한다.


니체 이후 가장 반플라톤적 사상가인 들뢰즈는 서구 형이상학적 사유의 골격을 형성하는 플라톤의 일자의 동일성에 의한 위계적 구조의 철학을 전복하기 위해 그 시점을 루크레티우스에게서 찾는다.


“에피쿠로스에 이어서 루크레티우스는 자연주의 철학의 사변적인 대상과 실천적인 대상을 규정하였다. 철학에 있어서 루크레티우스의 중요성은 그가 행한 이 같은 이중의 규정 작업과 관련이 있다.”


“자연의 생산물들은 자신들에게 본질적인 다양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것을 다양한 것으로 사유하는 일은, 루크레티우에 따르면, 그에 앞선 모든 철학이 실패했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 (루크레티우스와 자연주의 중)

고대의 주요 사상가들은 자연계의 다양한 현상들의 배후에 혹은 초월의 세계에 그것들의 원본이 있다고 보았으며, 이 원본들 사이에도 위계적 층위가 있고, 최고의 원본은 일자(一者)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이 일자를 최고 선의 이데아로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로, 히브리 성경에서는 여호와 엘로힘으로 규정된다. 즉 일자는 형상 중의 형상이며, 신들 중의 신이다.


이 최고의 형상, 유일한 신이 만든 물질세계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개체들의 집합들이지만, 그 존재의 근거는 일자로부터 부여받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욕망들의 원천인 근원적인 욕망이 있을까?


그 욕망을 채운다면 다른 부수적인 욕망에서 해결될 것이다. 이것이 동서 고대 주류 사상의 알고리즘이자, 패턴이고 플롯이다.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와 들뢰즈는 이와 같은 유형의 사고를 뒤집는다.


욕망하는 기계로서 신체를 기관으로 하는 인간은 인간의 욕망 자체가 고정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운동, 변화, 흐름 등 생동적인 것을 창출하는 생산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 욕망은 개체적이고 유동적이며 다양하다. 하나의 근원적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입의 욕망이 다르고, 귀와 눈과 손의 욕망이 다르다. 또한 입의 욕망에도 층위가 있다. 입은 먹고 노래하고 키스하고 시를 낭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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