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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에 독일의 생리학자 한스 베르거는 두피에 전극을 연결하여 뇌의 활동을 읽는 뇌파 스캐너(EEG: electroencephalography)를 발명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뉴런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감지하여 전압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베르거를 비롯한 당대의 뇌과학자들은 뇌의 활동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뇌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일 먼저 관측된 뇌파는 8-12 헤르츠로 진동하는 알파파(Alpha wave)였다. 첼로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음이 65 헤르츠임으로 알파파의 진동수는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알파파는 잠들지 않는 편안한 상태일 때 뇌의 뒤쪽에서 발생하며 눈을 감으면 강도가 높아진다. 그 외에 델타파(Delta wave : 주파수 0.5~4Hz. 깊은 수면 상태, 무의식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며, 뇌 손상이나 질병과 관련될 수도 있음)와 세타파(Theta wave: 주파수 4~8Hz. 몽롱한 상태, 졸음, 명상 상태에서 주로 나타남)와 베타파 (Beta wave: 주파수 13~30Hz. 집중, 사고, 문제 해결 등 활발한 활동을 할 때 주로 나타남)와 감마파(Gamma wave: 주파수 30Hz 이상.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 정보 처리, 문제 해결 등에 관여)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치 우리의 뇌는 빠른 악장과 느린 악장이 번갈아 반복되는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과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낯선 상황에 처하면 갑자기 스케르초(가장 빠른 탬포)로 변하기도 한다. EEG를 통하여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EEG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장치인 fMRI(기능 자기 공명영상법: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은 뉴런의 활동으로 혈액 내 산소 포화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계이다. 산회된 피는 자성을 띠기 때문에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고, fMRI는 이 자기장의 요동을 감지하여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었는지 알아낸다.
그렇다면 이 '신경 망원경'을 이용하여 의식이 뇌의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특정 활동을 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뇌가 어떤 물리적, 화학적 과정을 거쳐 활성화되는지 모두 알아냈다 해도, '나'라는 의식의 출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제 저자는 의식의 문제를 인간과 가까운 동물 그리고 어린아이의 성장하는 뇌와 연관하여 묻는다. 고양이나 침팬지도 '나'라는 의식을 갖고 있을까? 자의식과 정체성의 많은 변화를 겪는 어린아이들의 성장기를 보면 마치 인간의 의식에는 어떤 단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960년대 말에 동물행동학자 고든 갤럽은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다가 동물을 거울 앞에 세워놓고 행동거지를 관찰하면 이런 물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갤럽이 여러 동물을 대상을 이 실험 즉 자기를 의식하는 행동을 보인 동물은 오랑우탄과 침팬지뿐이었다.. 나중에 다른 심리학자의 실험을 통해서 돌고래나 코끼리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침팬지의 나이가 서른 살에 도달하면 수명이 10-15년이나 남았는데도 거울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자의식을 갖는 데 무슨 대가가 필요한 것일까?
의식을 가진 생명체는 상상 속에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의 모습을 수시로 떠올리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므로 자기의 존재를 인식하는 생명체는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함께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인식의 대가이다. 갤럽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노년기에 접어든 침팬지가 자의식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죽음을 인식하기 싫어서 인식 능력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개 치매 환자의 말기에 자의식은 거의 소멸된다고 한다.
아이의 경우에 24개월이 지나면 자의식을 가지기 시작한다. 만약 의식의 발생을 우주의 역사에 적용한다면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 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줄리언 제임스는 인간의 자기의식이 발생한 시기와 신의 개념이 출현한 시기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의식이 진화하면서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신의 개념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인류 역사에서 의식이 출현한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가 제시한 답은 호메로스가 [일리어드]를 집필한 후 [오디세이]를 집필하기 전인 기원전 8세기 경이었다. 일리어드에 등장인물이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이 전혀 없는 반면, 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이 끝난 후 10년 동안 바다를 방랑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자기 성찰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소크라테스는 때때로 자기 내면에 '다이몬'이라는 불멸자와 필멸자의 중간 존재의 음성(플라톤의 향연에 나옴)이 들렸다고 말한다.
신경의 망원경이 발견된 이후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뇌가 일으키는 많은 현상의 구조와 원리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왔다. 그중에 흥미로운 발견은 1976년 해리 맥커그가 발견한 맥거크 효과(McGurk effect: 음성 인식에 있어서 청각정보가 시각정보의 간섭으로 변화된 후 인지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입모양은 '가'인데 '바'라는 소리를 들려주게 되면 인지부조화가 발생하게 되고, 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절충안을 취하여 제3의 소리인 '다'로 인지한다. 우리의 뇌는 항상 하나로 통합된 의식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전의 경험과 상반된 정보가 입수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제 저자의 결론을 들어보자. 그는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사례는 우주를 탐구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고 해서 우주의 진리에 접근하는 데 특별히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은 뇌에 전달된 정보를 활성화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외부 세계를 표한하는 그럴듯한 모형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감각이 섞이면 나의 의식이 존재하는 곳'조차 불분명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의식을 가진 사람인 척'하고 있는 어플들이 하드웨어 없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결국은 수학적 코드에 불과하다. 먼 훗날 극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에게 '넌 아무리 잘난 척해도 결국은 수학의 산물에 불가해!'라고 말하면, 아마도 이런 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저자는 마무리한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도 그렇잖아?" 과연 인간의 정체성은 유전정보로 염기서열화된 수학 코드에 불과할까? 4종류의 염기 A, T, G, C가 세 개씩 짝(4x4x4=64 ≥20)을 이루어야 20여 가지 아미노산을 유전부호(genetic code)로 저장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수학 코드 혹 코돈(codon: 유전 부호)은 (4x4x4=64 ≥20)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