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푸른 바다와 돌하르방 그리고 한라산, 올레길 등등 떠오르지만 (물론 감귤 포함) 제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바로 오름이다.
제주도의 중심이자 상징인 한라산이 화산 폭발을 하면서 형성된 오름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고 제주도에만 크고 작은 수많은 오름이 있으며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오름은 매우 작기도 하고 어느 오름은 정말 가파른 언덕을 가지고 있어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첫날 예약한 숙소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애월에 위치한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새별오름
이번을 포함하여 2번째 방문하는 새별오름이다. 새별오름을 알게 된 계기는 잠시 3년 전 2019년으로 돌아간다. 필자가 제주도에 휴가차 놀러 왔을 때 당시 새별오름 나홀로나무에서 인증샷을 찍는 게 sns에서 엄청나게 유행이었고 오죽하면 내비게이션에도 새별오름 나홀로나무가 등장할 정도였다. 당시 필자도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 새별오름 나홀로나무를 찾아갔고 나홀로 나무 앞에 인증샷을 찍기 위한 엄청나게 긴 줄을 보고 놀랐지만 의지의 한국인답게 그 길을 다 기다리고 기다려 원하는 사진을 찍어왔던 기억이 있다.
뭐 길고 장황하고 엄청난 이야기가 기다릴거 같이 시작했지만 정작 이게 전부다.... 허무하겠지만 필자는 새별오름을 이렇게 알았다..
새별오름을 처음 왔을 때는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친한 동생과 함께 왔었고 우리 둘은 당시 오름 언덕 자체를 엄청 쉽게 생각했었다. 출발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나와 펜션 동생은 각자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짚으며 올라갔고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경에 빠져 다시 한번 새별오름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허벅지에서 진동이 시작되었고 숨차 오르는 나의 호흡
분명히 올라간 지 얼마 안 된 듯싶지만 나의 허벅지는 벌서부터 나에게 잠시 쉬었다가 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새별오름의 언덕은 가파르기로도 유명하지만 나는 그동안 운동을 착실히 해왔다는 굳은 믿음과 함께 가방에 들어있는 카메라 때문에 더 무거울 거라고 애써 부정하며 더 올라가기 시작 헸다.
경사를 더 오르고 있을 때쯤 예전에는 없었던 작은 쉼터가 하나 생겼다. 쉬다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동안 운동을 해왔던 나 자신을 믿기 때문에 과감히 쉼터를 지나치고 굳세게 정상을 향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을 오를수록 나의 숨소리는 커져갔고 허벅지는 이제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잊어버린듯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머릿속으로 '아 풍경을 감상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시선은 땅을 향해있고 진짜 땅만 바라보고 계속 올라가는 중이었다. 계속 오르다 보니 눈앞에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냥 모든 걸 체념한 듯 천천히 정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소중한 dslr 캐논 1dx Mark3가 함께하고 있었다.
날씨가 만들어준 색다른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분명히 제주도에 도착했을때 까지만 하더라도 날씨는 화창하고 구름이 없었는데 정상에 올라오고 보니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하였고 날이 흐려졌다. 화창한 푸른색의 하늘은 없고 흐려진 날씨에 바람의 세기는 점점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꺼내 날씨를 다시 한번 확인했었고 다행히 비 에보는 없었기에 안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라 360도 빙글빙글 돌면서 이곳저곳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하였고 잠시 바람이 잔잔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구름 사이로 빛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주변의 작은 오름을 비추면서 말이다....
구름 사이로 빛이 나오는 풍경뿐만 아니라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경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제주도의 다양한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고 그냥 지나가는 생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새별오름을 마치며
새별오름에 대한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매년 정월대보름을 기준으로 들불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러한 축제는 제주도 목축문화를 계승한 축제라고 한다. 특히나 오름 전체가 불타오르는 모습과 함께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폭죽의 모습은 장관이라고 한다. 최근 코로나 + 강원도 산불 문제로 축제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기회와 시간만 맞아떨어진다면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떠한 장관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검색 후 사진으로 대신 감상하길 바란다. ( 가본 적 없고 새별오름 들불축제를 직접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3년 만에 다시 방문한 제주도 새별오름. 첫 번째 방문했을 때의 날씨와는 다르게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씨였다. 물론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아름다운 풍경이라면 쾌청한 하늘에 작은 솜처럼 장식한 구름이 하늘에 붙어있고 멀리 봤을 때 해변까지 보이는 그런 풍경이지만 계속 화창한 날만 바라보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바람도 불고 흐린 날 구름 사이로 나오는 빛이 작은 봉우리를 비추고 있는 모습은 필자에게 잊지 못할 풍경이자 색다른 기억으로 자리 잡았고 제주도 새별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색다른 풍경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었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흐린 날 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줄기와 바람, 안개 그리고 새로운 느낌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