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날아가고 있는 새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을 어릴 때 한 번씩 하지 않았을까? 흔히 우리가 비행기 좌석에 앉을 때도 창가 좌석을 선호하여 하늘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모습을 구경하고, 드론 촬영으로 하늘에서 찍은 사진에 감탄하며 신기해하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자주 볼 수 없는 시선과 구도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드론 촬영 하나면 굳이 비행기 혹은 헬리콥터에 탑승하여 항공촬영을 할 필요 없이 드론 하나로 해결이 가능한 시대까지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늘에서 땅을 바라본 모습을 볼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감탄한다.
그렇다면 직적 눈으로 보는 건 어떠할지 궁금했다. 비행기 창가 실내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모습이 아닌, 직접 바람을 맞으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체험하며 직접 두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사실 예전부터 패러글라이딩은 내 마음속에 하나의 버킷리스트라고 해야 하나?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싶어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기도 하였고 실제로 시간이 맞아 문의 전화를 하면 기상 상황으로 인하여 오늘은 탑승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종종 받곤 하였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기상 조건이 맞아야 구경할 수 있는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모습. 아무 때나 가면 쉽게 탈 줄 알았던 패러글라이딩. 하지만 정작 하늘을 날며 새를 잠시 체험하는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제주에 올 때부터 우선순위로 계획을 세워뒀었다. 가파도에서 1박 그리고 제주에서 패러글라이딩 타기가 나에게는 1순위 계획이었고 나는 가파도에서 나오자마자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가파도에서 제주로 향하는 배에서 검색을 하였다. 3곳 정도 문의 전화를 했으나, 2곳은 오늘 기상이 안 좋아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른 한 곳은 다행히 11시 30분 타임이 남아있으니 그때까지 금오름 주변 주차장으로 와서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원래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나 나는 평일이라 그런지 운이 정말 좋아 원하는 시간대에 바로 탑승이 가능하였다. 그렇게 나는 가파도에서 나오면서 예약 확인 문자를 담당자분에게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금오름 주변 운동장 주차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도 드디어 하늘을 날아보다.
금오름 주차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분에게 예약 문자를 보여주고 본격적으로 패러글라이딩 탈 준비를 한다.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고 안전모까지 촬영하면 끝. 별거 없다. 처음 안전주의사항에 관하여 설명 듣고 사인을 다 한 다음 같이 올라갈 손님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3명 모두 승합차에 탑승하였고 우리는 금오름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오름 정상까지 차로 올라간 뒤 송전탑이 있는 곳까지 더 걸어서 올라가면 낙하산이 준비되어있다. 안전장비 체크를 하고 뒤에 전문가 분과 함께 이제 앞으로 힘껏 달려 나가기만 하면 하늘을 잠시나마 날아볼 수 있지만 유독 이 날따라 바람이 없었고 그렇게 하염없이 5분 10분 대기하기 시작하였다. 앞에 두 명이 먼저 뛰었고 나는 송전탑 주변 자리를 전문가님과 함께 옮기며 바람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나와 함께 탑승하시고 나의 안전을 책임지시는 전문가 선생님께서 외치셨다.
"자 달려요! 더더더더더더더! 이제 다리 들고!"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앞으로 힘껏 달리기 시작하였고 나는 계속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느 순간 내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고 나의 다리는 하늘을 나는줄도 모르고 계속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한 마리의 새가 잠시나마 되어본다는 느낌은 색다른 느낌이다. 하늘을 나는 동시에 나는 "우와" 감탄사를 내뱉었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비록 완전히 맑은 날씨가 아니라 어느 정도 구름이 있었지만 나는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제주 바다, 비양도, 풍력발전기와 밑에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와 사람들까지.. 진짜 잠시 뿐이지만 하늘을 날아보고 잠시나마 새가 되어본 느낌은 평생 못 잊을 듯싶다. 이래서 패러글라이딩 한번 타보면 계속해서 타게 된다는 걸까?
나름 평화롭게 하늘을 날면서 하늘에서 바라보는 제주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며 뒤에 있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생님은 내게 질문을 하셨다.
"놀이기구 좋아해요? 지금 너무 심심하죠?"
"네..? 아...?"
나는 완전히 대답을 하지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선생님께서 패러글라이딩 롤러코스터를 태워주고 있으셨고 나는 그렇게 하늘에서 낙하산이란 바이킹을 타며 내려오고 있었다.
(때로는 성인용 하기스가 필요할듯싶기도 하다..)
도전이자 성취감을 느꼈던 시간
분명 패러글라이딩을 탄다는 건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잠깐이나마 큰 결심이었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번에 패러글라이딩을 탈지 말지 고민을 했던 건 사실이다. 막상 예약까지 다 마치고 나서도 취소할까 말까 고민을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타보겠냐라는 생각을 하며 뒤에 있는 선생님과 함께 낙하산을 등에 지고 앞으로 힘껏 달려 나갔지만 사실 뒤에 선생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도 닮은 부분이 많은 듯싶다. 큰 프로젝트 혹은 무언가를 하기 전에 근심 걱정을 하며 수천번 고민을 하고 망설이기도 한다. 수락할지 말지 거절해야 하나 어떻게 돌려서 말을 해야 하나 등등... 하지만 정답은 역시 정면 돌파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한 번도 안 해봤기에 패러글라이딩을 타기까지 약간의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한번 타본 놈이 계속해서 잘 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대해서 큰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민과 두려움은 필수로 거쳐가는 코스이며, 우리는 이 방해 요소를 견디고 앞으로 힘껏 나아가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코 혼자서 도전한다고 두려움에 떨지 않았으면 한다. 패러글라이딩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등 뒤에 낙하산을 등지고 보이지 않는 땅 그리고 알 수 없는 결과를 향해 앞으로 힘껏 달려가지만 결국 이렇게 달려 나가고 성공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이유는 뒤에 내가 믿고 있는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혼자 앞을 보고 도전하고 달려가지만 우리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우리 뒤에는 응원하고 지지하고 믿는 여러 사람들이 낙하산과 선생님처럼 밀어주며 잡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다 타고 땅에 내려오면 마지막으로 뒤에서 나를 받쳐주고 함께 타셨던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 또한 우리가 작은 일이라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성취감을 느끼며 하나의 도전에 대한 수고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잠깐의 고민
몰려오는 두려움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달려가고
하늘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못 보던 모습을 보고
다시 땅에 내려오기까지
우리가 인생 살아가는 과정의 축약판이 아닐까
두렵고 고민이 되지만 우리는 모두들 땅이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작은 성취감과 소득을 향하여 달려가는 중이다.
그렇게 나는 제주도에서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작은 도전과 함께 성취감이라는 뜻깊은 시간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