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금악오름)
금오름(금악오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나는 금오름을 직접 다시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위하여 차 안에서 바라본 금오름의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물이 말라버려 바닥이 드러난 작은 분화구와 그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능선의 경치는 굳이 이 힘든 오름을 억지로 오르게 만들었고 나는 다시 차를 몰아 금오름 입구에 도착하였다.
5월 중순이었지만 이미 제주의 날씨는 한여름 날씨였고 카멜레온처럼 하늘은 흐려졌다 맑아졌다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금오름 입구에는 차들로 가득 차있었다. 입구 바로 옆에는 돌하르방 모형을 한 페트병에 감귤 오렌지 쥬스를 팔고 있는 상인을 볼 수 있었는데, 신기한 건 내려오는 사람들마다 모두 그 돌하르방 오렌지 쥬스를 먹는 것이었다. '나도 한번 사 먹어볼까?' 하다가 일단 나는 올라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카메라와 가방을 들고 금오름(금악오름) 정상을 향해 이번에는 직접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오름 그리고 한여름의 날씨
날씨의 계절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계절을 뽑으라고 하면 나는 단연코 여름이다. 차라리 겨울 같은 경우에는 따뜻하게 입고 활동적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추위가 해결하지만 여름에는 도저히 답이 없다. 또한 필자는 땀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한여름에 어딜 가나 땀이 나기 시작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답이 없는 상황까지 온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구름과 햇빛이 바톤터치 하듯이 번갈아가며 머리 위에서 서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올라가기 시작할 때쯤 이미 나의 몸은 더위를 누구보다 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땀방울이 한 방울씩 나기 시작하였고 나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계속하여 금오름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오름을 올라가는 이유?
우리가 오름을 올라가는 이유에는 뭐가 있을까? 제주의 명소라서? 단순히 여행 왔으니 명소 정도는 한번 들려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아보자.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심에서 거주하고 있고, 매일같이 화려한 불빛 그리고 높이 올라있는 빌딩들과 도로를 가득 채운 사람 그리고 자동차를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화려한 도심의 모습에 질려있었고 이런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제주를 찾아온 게 아닐까? 제주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봐오지 못했던 뻥 뚫린 시원한 모습과 제주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그런 풍경을 보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기에 힘들게 각자의 허벅지까지 혹사시키면서 올라오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단순히 sns 인증샷때문에 올라오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우리 모두 자연을 그리워하며 사는 게 아닐까?
금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금오름 정상에 도착하여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원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 그 지역의 상징이자 랜드마크가 아니겠는가?
금오름 정상에는 작은 분화구가 있고 그 분화구 주변에는 작은 돌탑들이 쌓여 있다. 원래 예전에는 물의 양이 많았다고 했으나 현재는 바닥이 드러나있으며 비가 와도 물이 고이고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작은 웅덩이? 연못? 같이 정말 소량의 물이 남아있으며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를 발견한듯한 느낌으로 나는 분화구 쪽으로 향해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돌탑들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돌탑들은 도대체 누가 쌓은 돌탑인지 궁금하다.
분명 해수욕장에서도 돌탑들이 많이 있고 가파도에서도 돌탑들이 쌓여있다. 근데, 해수욕장 돌탑들이야 돌이 많아서 쌓았다고 했지만 분명 여기에만 돌이 모여 있는 이유가 있을까? 주변 돌들을 다 들고 와 여기에 하나하나 쌓아둔 걸까? 화산이 폭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돌탑들도 아닐 거고...
그럼 여기 분화구 주변 돌탑들은 누가 쌓은 걸까? 대한민국에 돌탑을 잘 쌓는 능력자들이 많은가 보다
시선의 변화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하나만 보고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다. 머리를 쥐어뜯어며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문뜩 다른 생각이 나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한 발자국 멀리서 바라보면 우리가 놓쳐 왔던 것들 혹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고 사진을 담는 과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금오름에서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이목을 끄는 장면은 당연히 분화구와 능선 그리고 돌탑과 물 웅덩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장소 주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모두들 분화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여념이 없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 웅덩이와 돌탑에 집중하며 사진을 찍고 난 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려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을 때 내가 놓치고 있던 아니, 금오름의 또 다른 매력적인 풍경을 발견하였다.
분화구 주변을 감싸는 능선은 마치 하나의 하늘과 땅의 경계선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하늘 속에 있는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딱 좋은 풍경이자 날씨 그리고 장소였다. 그렇게 모두가 금오름 분화구와 능선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오히려 분화구에 내려와 하늘과 하나 되어있는 능선 풍경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 풀들. 머리 위에서 춤추고 있는 구름들. 하늘과 하나 되어 능선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시선만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지만 오히려 그동안 놓쳐왔고 못 보던 모습을 발견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오기 시작하였고 나는 조용히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게 여행의 묘미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시각
더운 날씨, 가뜩이나 땀이 많은 체질이기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차로 이동하면 너무나도 편한 여행이며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 간다. 하지만 굳이 한번 왔던 곳을 다시 또 카메라 장비를 챙겨 걸어 올라오고 이곳저곳을 끊임없이 걸어 다니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고 봐오지 못했던 시선과 관점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금오름에서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금오름에 걸어 올라오기 바로 전에 패러글라이딩을 타려 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왔었고 심지어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제주 전체적인 풍경을 봤었다.
하지만 위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의 모습과 직접 걸어 다니면서 보는 관점은 또 다르지 않겠는가? 사장과 직원의 관점 차이라고 비유하면 딱 맞을 듯싶다.
나는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생각하며 걸어 올라왔었고, 물론 나 또한 분화구와 능선의 풍경을 담기 위해 올라왔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금오름의 매력과 풍경까지 발견했으니 큰 소득이 아니겠는가?
우리 인생 사는 게 모두 여행과 닮은 부분이 많은 듯싶다. 고민거리가 많고 막히고 답답할 때 시선을 잠시만 돌리거나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혹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잡을 수 있는 그런 부분 말이다.
* 그리고 나는 내려와 무언가에 흘린듯이 돌하르방 폐트병에 담긴 감귤 쥬스를 사먹었고 그 맛은 별점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