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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Oct 20. 2023

언제나 어디서나 동네 아침 – 마트와 패스트푸드점



이른 아침 눈 뜨면 어디서나 먹거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베이징. 아마도 조식을 중시 여기는 중국 전역이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조식 식당과 편의점 간편식 및 샌드위치나 김밥을 파는 길거리 가판대가 있지만, 처음 중국에 와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마트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조식에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동네 마트도 7시부터 영업 시작하는 것은 기본인데, 내 눈을 사로잡은 특이점은 아침거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판다는 것이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마트라면 이런 방식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대부분의 상점이 일찍 여는 것이 보편적인 중국이란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마트에서조차 이른 시간부터 따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매력적이었다. 


7시 오픈 전부터 마트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것이 집 앞 동네 마트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주중이건 주말이건 비슷한 일상이라 이젠 익숙하고 때론 정겹기도 하다.

해가 긴 여름날은 하루가 더 일찍 시작된다. 아침잠 없는 부지런한 사람들


마트에서 “아침 식사”만을 위한 즉석 메뉴들을 판매하는 것이 흥미로워서, 마트에 갈 때마다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즐거움 중 하나이다. 주로 찐빵, 만두, 빵, 떡 종류와 따뜻한 죽과 두유가 구비되어 있는데, 7시에 맞춰 준비가 되려면 이걸 만드는 사람들은 몇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알록달록하고 모양도 다양한 찐빵류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따끈따끈한 음식들을 보면 무조건 덜컥 구매하고 싶어진다. 몇 번 구매해서 먹어보니 절반은 입맛에 맞았고 절반은 영 아니었지만 이 또한 이 나라의 삶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본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이른 아침에 배달 주문이 아닌 직접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이다. 중국 마트나 시장에서 어떤 물건을 고를지 모를 때는 노인들 따라서 사면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만큼 노인분들이 좋고 신선한 상품을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고른다고 해서 그렇다고들 한다.


마트 조식 중 놓치면 아쉬운 것이 바로 지엔삥(煎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데 원하는 반죽 재료 – 밀가루, 좁쌀, 옥수수, 흑미 등-를 고를 수 있고 속 재료와 소스 등도 취향껏 조합할 수 있다. 계란 좋아하면 두 개 추가 가능!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고수(香菜/샹차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고수 추가를 원한다고 하면 만드는 직원이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줄 서서 차례로.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주문하기
손님이 선택한 반죽을, 도구를 사용해 불판 위에 얇게 펴바르는 솜씨가 정말 신기하다
한 줄 씩 뜯어서 먹기 편한 종이봉투에 지엔삥을 포장해준다.




또 하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재미 포인트는 패스트푸드점의 조식이다. 맥도날드(麦当劳/마이당라오), KFC(肯德基/컨더지), 버거킹(汉堡王/한바오왕)에서 판매하는 버거류의 친숙한 메뉴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중국 패스트푸드 식당의 조식메뉴는 놀라움이었다. 


죽, 요우티아오(튀긴 꽈배기), 또우장(콩국물), 소룡포(만두) 등 이런 메뉴들이 KFC에서, 맥도날드에서 판다고? 


잉글리쉬머핀이나 간단한 버거, 감자 요리 등 우리나라에서도 조식으로 판매하는 만국 공통 메뉴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에 특화된 조식 메뉴를 전면에 내세워서 판매한다. 새벽부터 배달 앱으로 쉽고 편리하게 주문 가능하다.


식당에 가서 갓 나온 따끈한 음식을 직접 먹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지만, 빠르고 저렴한 배달이 일반화 된 이 나라에서 가끔 편리함과 호사를 누려본다. 짭쪼름한 고명이 올라간 죽, 또우장과 요우티아오. 22.5元(약 4,000원) 어치가 20분 만에 배송비 무료로 문 앞으로 딱! 대령이다. 중국에서의 아침 식사는 주변의 공기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존재하여서, 평소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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