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serendipity)
우연한 뜻밖의 발견, 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무심코 포도상구균이 담긴 배양기를 며칠 동안 공기에 노출해 뒀다가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 주변에서만 유달리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고, 유해한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을 생산해내는 이 푸른곰팡이를 페니실린이라고 명명했다.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2002년 영화 <세렌디피티>를 통해, 나는 이 매력적인 발음의 영단어를 처음 접했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았던 일이나 사건, 실패를 통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나게 되는 흔치 않은 경험들이 정말 ‘가끔’ 생겨난다. 베이징에서 조식당을 만나고 즐기게 된 것은, 앞서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아침잠이 없어진 몸의 변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이 도시에 갇혀버려 무료함을 탈피하고자 몸부림 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이 광활한 대륙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외국인으로서 넓이와 깊이의 이해가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중국’과 ‘아침식사’ 또는 ‘조식’이라는 단어가 서로 끈끈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른 아침이라는 시간은 평소에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고 중국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시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일찍 영업하는 상점들과 식당들,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듯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낮 시간 동안 익숙했던 거리가 전혀 달리 보이는 마법의 시간대를 한 번쯤 경험하고 나면 두 번, 세 번, 또 여러 번 그들의 일상에 풍덩 빠져서 경험하고 싶어진다.
새벽부터 열려 있는 공원도 많고, 관광지 입장 시간도 빠르니, 아침 일찍 먹고 나서 구경할거리도 생각보다 많다. 공원마다 아침 운동에 열정적인 사람들은 또 왜이리 많은지. 아침이야 말로 중국의 모습을 아주 솔직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스름한 새벽 빛과 공기를 맞으며 삼대가 조식을 위해 외식을 하는 흔하디 흔한 광경을 매번 보면서도 매번 놀라는 나 자신!
베이징에 오래 거주하든, 짧게 여행을 오든 상관없이 이들의 일상을 함께 해보는 것은 내가 속한 이 장소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吃饭了吗? (밥 먹었니?)'로 시작하는 일상적인 중국 인사가 대륙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들의 삶 속에 한 발자국 내딛어 본다. 그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을 또 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