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genia Oct 21. 2023

에필로그 : 대륙을 이해하는 마법의 시간




세렌디피티 (serendipity)
우연한 뜻밖의 발견, 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무심코 포도상구균이 담긴 배양기를 며칠 동안 공기에 노출해 뒀다가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 주변에서만 유달리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고, 유해한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을 생산해내는 이 푸른곰팡이를 페니실린이라고 명명했다.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2002년 영화 <세렌디피티>를 통해, 나는 이 매력적인 발음의 영단어를 처음 접했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았던 일이나 사건, 실패를 통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나게 되는 흔치 않은 경험들이 정말 ‘가끔’ 생겨난다. 베이징에서 조식당을 만나고 즐기게 된 것은, 앞서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아침잠이 없어진 몸의 변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이 도시에 갇혀버려 무료함을 탈피하고자 몸부림 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처음엔 그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새벽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광활한 대륙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외국인으로서 넓이와 깊이의 이해가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중국’과 ‘아침식사’ 또는 ‘조식’이라는 단어가 서로 끈끈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른 아침이라는 시간은 평소에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고 중국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시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일찍 영업하는 상점들과 식당들, 그래서 더 열심히 사는 듯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낮 시간 동안 익숙했던 거리가 전혀 달리 보이는 마법의 시간대를 한 번쯤 경험하고 나면 두 번, 세 번, 또 여러 번 그들의 일상에 풍덩 빠져서 경험하고 싶어진다. 


새벽부터 열려 있는 공원도 많고, 관광지 입장 시간도 빠르니, 아침 일찍 먹고 나서 구경할거리도 생각보다 많다. 공원마다 아침 운동에 열정적인 사람들은 또 왜이리 많은지. 아침이야 말로 중국의 모습을 아주 솔직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스름한 새벽 빛과 공기를 맞으며 삼대가 조식을 위해 외식을 하는 흔하디 흔한 광경을 매번 보면서도 매번 놀라는 나 자신! 


베이징에 오래 거주하든, 짧게 여행을 오든 상관없이 이들의 일상을 함께 해보는 것은 내가 속한 이 장소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吃饭了吗? (밥 먹었니?)'로 시작하는 일상적인 중국 인사가 대륙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들의 삶 속에 한 발자국 내딛어 본다. 그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을 또 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전 15화 언제나 어디서나 동네 아침 – 마트와 패스트푸드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