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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Oct 10. 2023

새벽 바람 타고 온 강남의 운치 - 롱샤오관




저차이(浙菜) = 절강성 음식
중국 절강성(浙江省/저장성) 지역에서 유래하였으며 중국 8대 요리 중의 하나이다. 절강성은 호수에 생산하는 민물고기, 새우, 물새, 동중국해에서 잡힌 해산물, 내륙의 구릉지의 야생초와 야채가 풍부하며 저차이는 이 재료들을 기본으로 한다. 연하고 부드러운 요리가 많으며 맛과 향이 깨끗하면서 진하고, 찰기가 있고,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롱샤오관

荣小馆/영소관

北京市朝阳区百子湾南二路77号

월~일

07:00~09:30, 11:00~14:00, 17:00~21:00


롱샤오관(荣小馆/영소관)은 베이징에 몇몇 지점을 운영하는 식당으로서, 大望路店(따왕루) 지점만 7:00부터 조식을 운영한다. 낮과 저녁 시간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절강성 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인데, 조식 또한 강남 지방 특유의 맛과 멋을 제공해서 이른 아침 오픈하자마자 붐비는 곳이다. 


넓은 대륙의 중국에서는 음식간 지역 특색의 간격이 크다. 저 아래 따뜻하고 풍요로운 강남 지방은 북방에 위치한 베이징과는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준다. 우리에겐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 물고 돌아오는 바로 그 강남 지방.


시내 중심 궈마오(国贸) 근처이자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부근에 위치한 나름 규모 있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 식당 간판 “荣小馆”의 小 위에 명랑한 파란 물고기와 식당 앞 나무배를 보면, 확실히 강과 호수가 풍부해서 민물생선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 저차이(浙菜) 특색 식당임을 강조하는 듯 하다.


7시 오픈런이라 약간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문 열고 들어가니 적지 않은 사람들로 이미 실내가 어느 정도 차 있었다. 고급스러운 호텔 분위기도 나고 깔끔히 유니폼 갖춰입은 종업원들도 많았다.


오픈 키친 형태의 실내 분위기가 흥미로워서 잠시 구경했다. 이른 아침부터 지지고 볶느라 분주한 주방을 보니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 듯 기분이 좋아졌다. 주요 메뉴들은 크게 적혀 있었으나, 역시나 주문은 각 테이블마다 놓여진 큐알코드 스캔을 통해서 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주문이 증가한데다가 현금 사용이 거의 사라지고 핸드폰 위챗 머니를 통한 결제가 99.999% 이루어지는 중국에서는 너무나 흔한 주문 방식. 

그림이 함께 있어서 조금 편하다. 가격대는 10~20위안 대


주문한 메뉴 외에 반찬류는 직접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어서 추천할 만하다.


이 식당의 시그니쳐 메뉴는 바로 黄鱼面 (황위몐/조기국수)

68元(약 12,000원)이라 이 식당 다른 조식 메뉴보다 훨씬 비싼데, 대표 메뉴 답게 국물 깔끔하고 조기살 탱탱하고 새콤한 야채들이 입맛을 돋구워준다. 인터넷에 조기국수나 黄鱼面로 검색하면, 상하이 지역 맛집들이 주로 소개되는 만큼 대표적인 강남 지방 요리인 듯 하다.


우리에겐 왕만두같이 친근한 包子(빠오즈)는 고기와 채소 두 종류가 있다. 고기속 보다는 야채속이 내 입맛엔 더 맞는다. 폭신하고 알찬 속 덕에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왼쪽 咸豆花(시엔도우화)는 개인적으로 정말 맛있었던 메뉴인데, 연두부에 새콤달콤 야채와 견과류와 김 등이 들어가 있다. 풍부한 재료 덕에 다채로운 맛과 식감도 좋고, 특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두부 요리는 베이징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정말 새로웠다. 오른쪽 现磨豆浆은(시엔모또우장)은 즉석에서 갈아 만든 입자 굵은 콩물 느낌이다. 비지 찌개 같기도 하면서 조식으로 아주 적합한 메뉴였다. 이 또한 베이징의 일반적인 두유 느낌의 또우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왼쪽 煎饼(지엔삥)은 마트나 길거리에서 편하게 먹었던 일반적인 맛이지만 식당에서 접시에 서빙받으니 왠지 더 맛있는 기분이었고, 오른쪽 饭团(판퇀)이 정말 획기적이었다. 두툼한 김밥 안에 肉松(로우송/말린고기채)、油条(요우티아오/튀긴꽈배기)、咸菜(시엔차이/새콤한 야채) 등으로 꽉 차 있는데, 재료가 너무나 조화로워서 먹으면서도 행복감이 올라오는 맛이었다.


실로 이른 아침에 누리는 강남 지방의 미식(美食)이라 할 수 있었다. 글 쓰는 이 순간에도 그 맛이 떠올라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조만간 또 방문해야지! 게다가 고급진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는 덤. 단체 손님을 위한 방도 여럿 있었다. 

2019~2023년 매해 미슐랭 가이드 추천 식당으로 선정


조식 뿐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에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강남 미식을 맛보고 싶은 곳이다. 쌀쌀한 초봄에도 가보았고, 무더운 여름날 아침에도 다녀와봤지만 늘 살랑살랑 봄바람에 실려온 남쪽 지방의 감성을 듬뿍 주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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