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궈쓰제(护国寺街/호국사가) 거리는 베이징 중심부 서쪽에 위치하며, 옛 정취가 남아있는 600m에 이르는 골목이다. 이 골목의 역사는 700년이 넘었는데, 거리 이름인 호국사가(护国寺街)는 원나라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인 호국사에서 유래했다. 당시 사찰에서 열리는 묘회(庙会)를 중심으로 큰 상권이 형성되고 근처에는 소문난 먹거리 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거리 이름을 바탕으로 하여 창업한 후궈쓰샤오츠는 베이징 여러 곳에 분점을 운영하는 큰 규모의 식당 체인점이다,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징 대표 가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메뉴가 다양하고, 특색 있으며, 역사문화적 저변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노자호(老字号)” 타이틀을 얻은 곳이다.
노자호(老字号/라오즈하오)는 오랜 역사와 명망을 지닌 중국전통기업의 대명사로서, 중국 상무부 산하 기관의 심사를 통해 정식으로 지정된다. 심사기준은 크게 유구한 역사, 중국문화에 대한 기여도, 그리고 대중적인 인지도와 우수한 품질 등으로 나뉜다. 노자호 타이틀을 얻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와 명예, 신뢰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후궈쓰샤오츠 (호국사본점)
护国寺小吃 (护国寺总店)
北京市西城区护国寺大街93号 (인민극장 맞은편)
월~일 06:00~21:00
초봄 쌀쌀한 날씨에 느즈막히 떠오르는 태양 덕에 아직은 어두운 이 시간대를 좋아한다. 호국사가 거리의 어스름 빛 속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느린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전통 먹거리 집 간판을 보면 종종 녹색 간판에 후궈쓰(护国寺/호국사)라고 쓰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의 '아딸 떡볶이'처럼 일 종의 간식 프랜차이즈 업체인데, 후궈쓰라는 명칭은 베이징 중심가의 더성먼(德胜门/덕승문) 주변에는 있는 후궈쓰제(护国寺街/호국사가) 라는 후통에서 따왔다.
- 이창구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 p195
6시 오픈하는 베이징 조식 식당이야 많지만, 내가 여지껏 다녀본 중에서 후궈쓰샤오츠처럼 붐비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7시 이전 풍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광경에 잠시 멈칫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 이 시간에 다들 뭐하는 거지?!
긴 구매줄의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오자 점점 초조해졌다. 중국어로 빽빽하게 적힌 메뉴판을 보니 음식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은데, 집 근처에서 흔히 먹던 또우장이나 요우티아오 같은 친근한 조식이 아닌 처음 보는 음식이 꽤나 많았다. ‘마, 이게 바로 베이징의 참맛이다!’ 라는 듯한 포스를 풍긴다.
이럴 때는 앞과 옆 사람들이 주로 주문하는 것 재빨리 훑어보고 손짓발짓 총동원하는 것이 상책이다. 긴 구매줄 때문에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빠서 외국인의 우물쭈물이나 서툰 발음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这个(이것), 这个(이것)’ 옆 사람이 주문한 것 중 괜찮아 보이는 녀석을 가리키며 같은 것으로 달라고 하고, 항상 자주 먹던 또우장(콩국물)과 빠오즈(왕만두)를 추가하였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奶油炸糕 (연유튀김), 野菜馅饼 (야채속을 넣은 지짐이), 包子 (왕만두), 그리고 豆浆 (콩국물). 처음 접해보는 음식도 있어서 낯설었지만 주변 중국인들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보고자 최대한 음미해보았다.
1층에 빈자리가 없어서 2층으로 올라와서 식사했는데,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더욱 대단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식당이고 관광지 근처라 유명하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른 아침에 북적이는 풍경은 외국인인 내 눈에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가 식사를 다 한 뒤에도 여전히 긴 줄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건물 밖 포장 전용 창구도 보인다.
조식 먹고 나오니 한결 환해진 거리가 맞이해준다. 아침 아침이 오지 않은 듯 어스름한 하늘보다 해가 다 떠서 밝아진 하늘을 보니 왠지 시간에 쫒기는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해가 늦게 뜨고 낮이 짧은 계절의 조식 나들이가 훨씬 마음에 든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두툼한 잠바를 여미고 차갑고 어두운 공기 속에서 남들보다 조금 이른 주말 아침을 맞이하면 공짜로 시간을 사은품으로 얻은 듯 든든한 기분이다.
후궈쓰샤오츠 식당이 위치한 이 거리에는 유명한 장소들이 있다.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끝에는 한 때 유명했던 경극배우 매란방이 살던 집터가 있다. (护国寺街 9号) 현재 매란방기념관(梅兰芳纪念馆)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덕분에 같은 골목 맞은편에 공연장인 인민극장(人民剧场)이 세워졌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진 사찰이지만 거리 이름으로, 식당 이름으로 남아 과거로부터 이어온 명성을 유지하는 거리 호국사가. 600m 남짓 그리 길지 않은 골목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베이징 전통 먹거리로 가득 찬 후궈쓰샤오츠 식당도, 명성을 따라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조식 러버들(lovers)도, 유명했던 경극 배우의 흔적도 모두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