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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Sep 30. 2023

중국인들의 아침 사랑 - 진딩쉰




"아침"

1.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 까지의 동안.

2. 1에 끼니로 먹는 음식. 또는 1에 끼니를 먹는 일.



진딩쉰

金鼎轩/금정헌

北京市东城区和平里街道安外东河沿甲1号楼1204号

(지단공원 남문 근처)

월~일 24시간 영업


베이징 유명 관광지가 밀집한 지역 중 하나인 안정문동대가(安定门东大街)는 근방은 매력이 넘친다. 황제가 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지단공원(地坛公园), 대표적인 라마 사원 옹화궁(雍和宫), 과거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던 국자감(国子监), 공자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당인 공묘(孔庙), 힙한 까페와 바가 즐비한 우다오잉후통(五道营胡同) 등 과거의 중요한 역사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거리와 건축물들 배경으로 한 맛집들도 많다. 역사가 오래된 지역이라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즐기며 걷기에도 최적인 곳이다.


지단공원 남문 앞에 자리 잡은 식당은 이 주변에서 유명한 맛집 중 하나이다. 하나의 식당이 이렇게 큰 규모를 뽐내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에는 이런 규모의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5층 전체가 하나의 식당인데, 가성비 좋고 많은 종류를 보유한 딤섬 메뉴로 특히 유명하다. 베이징에 여러 체인점이 있지만, 24시간 운영되는 지점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근처 주민들 뿐 아니라, 주변 관광지를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오전 6:00~11:00 사이에는 조식 전용 메뉴를 판매한다


베이징 생활 초창기에 왔을 때는 작은 종이에 빽빽히 적힌 메뉴와 연필을 주며 주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최근에는 중국 대부분의 식당이 그러하듯이 테이블 위에 있는 큐알코드를 스캔하여 핸드폰으로 주문하고 결제한다. 식당이나 손님이나 편리한 시스템이겠지만, 나는 여전히 실물 메뉴판이 아쉽고 그립다.

새우샤오마이(鲜虾烧麦), 찻물달걀(茶叶蛋), 전병(卷饼), 계란프라이(双面煎蛋), 양춘면(阳春面), 탄탄면(担担面), 바오즈(包子), 홍차 등등… 아침에 저렴하게 푸짐하게 다양하게 먹을 것을 기에 진딩쉰 만 한 곳이 없다.


가족단위 손님도 많지만, 새벽부터 혼밥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4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 중국 식당 분위기가 참 마음이 편하다.

새벽부터 따라나와 열심히 먹는 어린이들도 꽤 많다. 배달기사들 또한 새벽부터 바쁘다.


주말 새벽에 이 진딩쉰 지점을 여러  방문해보았는데, 언제나 사람들이 많다. 짧지 않은 중국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아침이라는 시간과 아침이라는 식사를 이토록 사랑하는 나라인 것이 여전히 놀랍다. 새벽부터 조식 제공하는 식당도 너무 많고, 잘 챙겨 먹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이라면 이불 속에서 늦잠을 즐기며 느즈막히 브런치를 먹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중국 생활을 엿보고 따라해보는 것은 신선하고 건강한 경험이다. 




농경을 중시하던 과거에는 황제가 하늘, 땅, 해, 달, 농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베이징에 이를 위한 장소인 오단(五坛) – 천단(天坛), 지단(地坛), 일단(日坛), 월단(月坛), 선농단(先农坛)이 있으며 현재 중요한 문물 단위로 지정되어 있다. 진딩쉰에서 식사하고 나오면 바로 지단(地坛)이 있으며 현재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원으로 정비되어 있다.

입장료 2元 = 한화 약 370원 정도의 저렴한 입장료 / 담배, 불피우기, 폭죽, 자전거, 전동차, 자동차, 담넘기, 반려동물, 쓰레기투척, 꽃꺾기, 스케이트, 축구, 사격, 소음 모두 금지! 그런데 마지막 ‘5’는 무슨 의미일까?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과거 우주관을 반영하며, 천단에는 둥근 모양, 지단에는 네모난 모양의 제단이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땅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인 방택단(方泽坛)과 황기실(皇祇室)을 구경하러 추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만, 이 근처 주민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 곳에서 편안하게 아침 운동과 산책을 즐긴다. 


베이징에 처음 와서 본 모습, 관광지와 동네 공원의 구분이 없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경산공원(景山), 천단공원 등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역사적인 장소가 단지 외부 관광객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언제라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자연일 수도 있다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새벽 운동 나오신 분들은 역시나 노인분들이다. 나이들면 눈이 일찍 떠진다는 것은 만국 공통인 것 같다. 다만 우리나라 노인들이 모이는 탑골공원 이미지가 아니라, 어느 공원이든 건강히 운동하는 이미지가 보편적이라 부럽다.


땅에 제사를 지내던 그 과거의 역사를 다 지켜보고 있었을 조상님 나무. 몇 백살 짜리 신분증을 하나씩 붙이고 위풍당당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단공원 동쪽 정문 밖에는 <我与地坛THECORNER>이라는 까페가 있다. 진딩쉰에서 아침 먹고 지단공원에서 산책 후 모닝커피 즐기러 가는 나만의 맞춤 코스이다. 입구의 붉은 벽(红墙)이 인상적인 까페인데, 주말에도 8:30 오픈이라 더 인상적이다.


까페의 이름인 我与地坛, 나와 지단이라는 뜻은 사철생(史铁生/스티에셩) 작가의 동명 작품에서 따왔다.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 작가의 인생철학과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담겨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지단공원은 내가 태어나기 4백여 년 전에 이곳에 자리잡았으며, 우리 가족은 할머니가 젊은 시절 아버지를 데리고 베이징에 자리잡은 후 줄곧 지단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그 후 50여 년간 여러 차례 집을 옮겼지만, 어디로 이사를 하든 이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더 가까워졌다.


공원에서 진심으로 즐기며 아침 운동을 하시는 노인들을 보니, 지단공원을 중심으로 일상을 즐기며 아침 시간도 아침 식사도 아침 운동도, 아침의 그 모든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베이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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